Page 96 - 전시가이드2020년 10월호 이북
P. 96
미리보는 전시
자작나무 숲
2020. 10. 1 – 10. 21 아트스페이스퀄리아 (T.02-379-4648, 평창동)
치유의 숲
나의 작업속 자작나무숲은 복잡한 풍경으로서 대상과 색채, 그리고 사실적, 재
정시영 초대전 현적 형태와는 달리, 복잡한 윤곽을 해체하고 새롭게 나무의 공간감을 재배치
시켜 백색의 영혼들이 숨쉬는 숲으로 꾸며나가고자 한다.
작품의 1차적 표현방법은 물성(物性)에 근거한 물의 흘러내림과 번짐, 최소
글 : 정시영 작가노트
한의 붓질로써 외형적인 모습들을 표현한 다음, 오브제(objet)로서의 한지
(Korean paper,韓紙)를 사용하여 캔버스의 일정부분을 중심으로 겹겹이 배
나를 감싸는 하나의 주제는 ‘숭고’함이다. 가시적 사물의 단순한 아름다움(美) 접해줌으로써 더욱 깊이있는 몽환적인 숲의 공간을 연출한다. 이러한 표현방
이 주는 쾌감(Pleasure)이 아닌, 존재를 늘 체험하는 것, 존재자의 아름다움 식은 근경에서 원경으로 갈수록 대상을 생략하거나 간색위주의 저채도를 활
이 외형이 아닌 초월적인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기쁨(Delight), 이것이 숭고 용한 기존의 회화적 공간표현방식을 벗어나 한지의 겹겹이 중첩된 느낌이 곧,
함의 본질이다. ‘존재하지만 드러나 보이지 않는’ 새로운 표현방식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는
거대한 숲의 정령을 마주한 듯한 ‘숭고의 미’를 표현함으로써 자작의 숲은 곧,
나의 작업은 하늘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의 상징인 자작(birch)을 통해 숭 인간이 가늠할 수 있는 크기와 상상을 넘어선 그런 성스러운 영역 속 존재들
고함을 이야기한다. 내가 다가 선 자작의 숲..... 단순한 나무가 아닌, 범접할 수 이기를 추구한다.
없는 영역에 들어 서 있는, 단순한 모방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아우라
와 같은 숭고함의 성스러운 존재들이다. 자작은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연 오늘도...
결하는 축이자 생명력이 흐르는 통로이기도 하다. 한민족(韓民族)의 시원인 차디찬 바이칼 호수를 따라 불함산(不咸山) 숲 속
굵은 자작나무에 흰색의 광목조각이 무수히 매달려 흩날리는 풍경을 떠올려
존 카터 코벨(Jon Carter Covell)은 한민족이 자작나무를 신수(神樹)로 숭배 본다. 모두가 자작의 사다리를 딛고 올라서서 영혼이 하늘위로 교감하는 그
하던 기마민족에서 유래하였음을 천년의 시공을 넘어 자작나무 장니(障泥) 런 상상을 꿈꾼다.
에 그려진 천마도(天馬圖)를 통해서 이야기한다. ‘천마가 죽은이의 영혼을 하 늘 가시적인 세계에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초월적인 숭고함이
늘로 실어나른다’ 면 자작의 숲은 그 영혼이 숨쉬는 곳이다. 또한, 성스러움을 충만한 자작의 숲으로 들어가 스스로의 존재를 체험하기를 꿈꾼다.
현현(現顯)하는 성물(聖物)이며 생명의 근원이 되는 신적 존재를 지칭한다.
자작은 곧 ‘치유’의 숲이다.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