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전시가이드2020년 10월호 이북
P. 93

년부터 개최 되어온 권위 있고 유서 깊은 살롱전이다. 신인상주의, 나비파, 입
            체주의의 모태가 되었고, 근 현대 미술의 대중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흐, 세
            잔, 마티스, 달리, 뭉크, 샤갈 등이 이 전시회가 배출한 세계적인 작가들이다.
            2019년부터 국내 유치된 한국전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초 전시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 전시에서 독창적인 작업 방식으로 주목을 받은 강연수 작가는
            한지로 꽃의 이미지를 재해석해 화면 가득히 오브제들을 촘촘하게 배치하고,
            이를 채색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한지의 각 단위가 섬세한 개별성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서로 어울려 하나를 이루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화면 속 오브제들의 패턴이 반복되면서 끊임없이 이미지가 생성되고, 우리
            의 시선은 화면 여기저기를 탐색하듯 옮겨가게 된다. 무언가 확인하려는 순
            간 그것은 새로운 현실이고 창조라는 이름의 실체는 아닐까. 인간의 의지와
            연관된, 때로는 무관한 그들 자체로 형성되는 자연, 그것에 대한 지각훈련 같
            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강연수 작가 작품 속 이러한 특징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만다라 양식과도 일맥
            상통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만다라는 통일성과 조화라는 포괄적인 단일성의
            원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원은 순환과 회귀, 완전함, 동시성과 전체성을 뜻한
            다. 그 구조는 영원한 순환이다. 반복, 배열, 증식이라는 양식적 특징이 자생적
            만다라의 형식에 이르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작업에서 꽃이라는 주체       도 같다.
            는 어디에나 있기에 어디에도 없다, 혹은 주체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보여      바넷뉴먼이 관람객에게 그의 작품 앞에 더 가까이 서서 색 자체를 보아주기를
            주는 것은 아닐까. 꽃이라는 개념, 그 너머의 것을 보아내는 것이야말로 강연      원했듯, 그래서 색면을 그린 이미지가 아니라 색 자체의 세계를 들여다보길
            수 작가의 꽃을 만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화면 전체는 마치      요구하듯 강연수 작가의 작품은 더 다가와서 실재의 이미지를 넘어설 때 보이
            일렁이는 물결 같은 느낌도 드는데 그것은 모두 색상의 물결이다.             는 비실재의 이미지를 보기를 요구한다.
                                                            그조차 건너뛰어 다른 세계를 보길 요구한다. 다른 세계를 만나는 순간이야말
            한지의 특성인 질기고 부드러운 성질과 깊게 흡수되는 점을 감안하여 색이 고       로 재현이나 묘사의 회화에서 그것을 벗어나는 회화성을 만나는 것이 아닐까.
            루 번지게 하여 그라데이션을 주고 빛과 보는 방향에 따라 색의 변화를 추구       강연수 작가/ 살롱 앙데팡당 국제공모전 최우수상, 특별상 수상, 도쿄 삭일회
            하여 시각적인 미를 강조하는 효과를 준다. 또한 이러한 색상들이 어우러져 초      국제 공모전 우수상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참여 주요 전시로는 살롱 앙데
            현실적인 감흥을 만들어낸다.                                 팡당 한국전, AIAM 에스프리누보전, 상해 국제아트페어(중국), 홍콩 컨템포러
                                                            리 아트페어(중국), 서울국제미협 도쿄 한일 교류전 등이며 국내외 활발한 활
            이쯤 되면 꽃은 보이지 않는다. 꽃은 적당한 거리에서 생기는 시선의 착란과       동을 이어가고 있다.


                                                                                                       91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