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전시가이드 2024년 0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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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까치에게 소원을 말해 봐
글 : 장소영 (수필가)
페이스 톡에 비친 손녀의 모습이 왠지 허전하다. 수줍은 듯 웃는 표정도 여느 하던 시절이라 중학생이 되고 나서야 치과란 간판을 처음 본 것 같다. 어느 날
때와 다를 바 없는 데 순간 멈칫했다. 아하! 앞니 두 개가 휑한 것이다. 연달아 초저녁, 저녁밥상 앞에서 앞니가 혀로 밀며 앞뒤로 흔들흔들 그네를 태우고
두 개의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빼꼼 새싹처럼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은 앙 있었다. 온통 신경이 앞니에만 쏠려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열중하고 있더라니,
증맞기만 하다. 자랑스레 치과에서 앞니를 뺐다며 조잘댄다. 행여나 놓칠세라, 쉽게 빠지겠다 싶어서였을까. 명주실과 함께 아버지가 내 곁에 다가앉으셨다.
“앞니 빠진 도장구 우물가에 가지마라, 붕어새끼 놀랄라 잉어새끼 놀랄라…” 평소 현란한 동작과 함께 “어, 저게 뭐지?”호기심을 끄는 말솜씨에 정신이 팔
하고 옛 노래를 들려주었지만 뭔 소린지 모르는 손녀는 놀란 표정으로 눈만 린 사이 후다닥 실을 나꿔채는 솜씨가 일품이셨다.
껌벅한다.
그런데 왜 그날따라 겁이 났던 것일까. 이를 묶는 것부터 실랑이에 눈물바람
요즘 아이들은 치과에서 발치를 한다, 손녀는 발치한 유치를 작은 플라스틱 이었다. 집안 어른들까지 나서 달래고 어르셔도 소용이 없었다. 겨우 진정시
통에 보관한다고 했다. 까치가 아닌 이빨요정이 새 이를 가져다준단다. 그도 켜 이빨에 실을 묶고, 잡아채려는 찰나 전광석화같이 뿌리치고 울며불며 방
그럴 것이 대부분 공동주택에 살다 보니 헌 이를 던질 지붕이 없다. 까치에게 밖으로 뛰쳐나가버렸으니…. 실을 대롱대롱 매단 채 이웃이 떠나가라 큰소리
소원도 빌 수 없다. 지붕에 헌 이를 던지면 까치가 새 이를 가져다준다는 우리 로 울어제끼며 동네를 뛰어다닌 것 같다. 붙들려 들어왔는지, 초저녁 어둠이
의 풍습보다 베개 밑에 두고 자면 이빨요정이 찾아와 선물을 놓고 간다는 이 무서워 제 발로 들어왔는지는 기억이 깜깜하다. 울음바람이었으니 눈에 뵈는
야기가 더 익숙한가 보다. 것도 없었을 것이다.
반면 나의 유년기 시절은 치과병원에 대한 기억이 없다. 집에서 많은 걸 해결 우여곡절 끝에 빠진 이를, 그렁그렁 눈물을 매단 채 부모님과 “까치야,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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