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전시가이드 2024년 0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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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울림 116.7x91.0cm Acrylic on cavas 2023
해 예술가적인 의식 및 감정은 다름 아닌 대자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비록 이렇듯이 초기의 비구상 작업을 통해 익힌 조형감각은 구상으로 전환한 이후
구체적인 형상이 드러나지 않는 비구상작업일 경우에도 막연한 것이 아니라, 에도 작품세계 전반을 지배하게 된다. 계룡산 자락에 화실을 마련한 이후 그
어떤 식으로든지 고향과 관련한 그 자신의 체험적인 삶과 연관성을 가진다. 의 작품세계는 보다 현실적인 감각을 수용하게 된다. 머리에 치받치는 장중한
가령 당시 작업 가운데 비록 구체적인 형태가 드러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룡산의 위용을 보면서 그 품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커다란 위안을 느끼게
마당이나 사립문 등 고향풍경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존재했다. 이로써 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시골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자연에 대한 실질
수 있듯이 무의식의 세계 또는 우연적인 표현이 아니라, 내안에 존재하는 추 적인 체험 및 이해를 통해 그 정서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를 토대로
억의 단편들이 비구상적인 이미지로 현현하는 식이었다. 그와 같은 비구상적 양육된 그의 미적 감수성은 필시 그 언저리에 머물게 되어있다.
인 이미지는 의식의 창에 비친 비현실적인 존재의 그림자인 것이다. 현실에
근거하면서도 그 실체를 명료하게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거기로부터 발원하 추상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상황에서도 거기에 기울지 않고 비구상적인 이
는 불명확한 존재성이야말로 그의 비구상 세계가 추구하는 이상경이었다. 미지로 일관할 수 있었던 것도 일상적으로 산과 마주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자연미라는 하나의 단어로 함축되는 고향풍경 및 그 정서
비록 형태는 보이지 않을지언정 그로부터는 서정적인 분위기 느껴질 정도였 야말로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미의식의 뿌리인 셈이다. 그의 내면
다. 구체적인 형상이 존재하지 않는 미묘한 시각적인 이미지는 서정시와 마 에 각인된 자연, 고향풍정, 고향의 정서는 어느 순간 어떤 상황에서도 미의식
주하고 있는 듯싶은 감정을 유도한다. 손에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모호함이 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계룡산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 전반에 흐르는 정
지배하는 비구상의 세계는 그로부터 유추되는 어떤 종류의 상상도 수용하게 서는 이에 연원한다.
마련이다. 그의 미적 감수성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를 추측케 하는 부
분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고향풍경이고, 고향의 정서이다. 여기에다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사색과 사유라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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