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전시가이드 2024년 0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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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슈







































        산의 울림  116.7x91.0cm  Acrylic on cavas  2023     산의 울림.91.0x72.7.Acrylic on cavas.2023


        철학이다. 그 자신이 보고 느끼는 실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자연을 관      확신한다는 사실에 다름 아니다. 바꾸어 말해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포기하
        찰하고 응시하며 관조하는 방식으로 미의식의 깊이와 외연을 넓히게 된 것         는 대신에 그 자신의 회화적인 사상 및 철학을 응축시킴으로써 감상자의 시
        이다. 이와 같은 의식의 심화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작품에 보이는 것 그 이상      선이 내면으로 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리라.
        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계룡산을 대상으로 하는 일련의 작품들 대다수
        는 구체적인 형상을 포기한다. 이처럼 형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모호
        한 표현으로 일관할 수 있었던 것은 내면적인 공간 확장에 더 큰 의미를 부
        여했기 때문이다.
                                                                      하늘과 산과 숲 사이를 오간다
        그의 작품에 대한 이해 및 공감은 시각적인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어느                    순간적 감동의 일체감에서 갖는
        면에서 시각적인 이해로는 단지 모호한 산의 이미지만을 볼 수 있을 뿐, 산의                          기쁨보다,
        이미지에 귀속된 생명체의 존재를 간과하기 십상이다. 그의 작업은 눈에 보                       고뇌와 절실함의 매듭이
        이는 실체에 대한 검증이나 찬미가 아니다. 그가 일상적으로 보고 느끼는 산                      움직여간 흔적. 그 속에서
        에 대한 미적 감흥조차도 절제되거나 안으로 응축시킬 따름이다. 그가 제시                      나 자신을 응시하며 끝없는
        하는 흐릿하거나 명확치 않은 산의 이미지에서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얻기가                         시원(始原)을 꿈꾼다.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의 단색조에 가까운 작품도 있는데 이는 초기 비구상 작업과의 혈연적인                           산에서 배운다.
        관계를 드러낸다. 무채색으로 일관했던 초기 비구상 작업에 대한 반추인지,                      산처럼 의연하고 깊은 오묘함,
        아니면 무의식적인 흐름의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절제된 색채이미지                   온갖 희로애락, 칼빛 바람마저 아우르며
        는 감정의 침잠에 따른 표현이라고 설명될 수 있을 뿐이다. 단색에 가까운 색                    당당히 하늘과 맞닿은 자존감
        채이미지는 의식적으로 억제되는 감정의 증표일 수 있다. 지적인 제어에 순                          수없이 그리며
        응하는 감정이 마치 안개처럼 부유하는 절제된 색채이미지로 현현하는 것인                         수없이 그 산을 헤매며
        지 모른다.   구체적인 형태는 물론이려니와 색채조차 억제되는 상황은 심화                    하늘과 마주한 그 산을 배운다.
        되는 사색, 미의식의 침잠, 감정의 절제를 유추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의 사상
        및 철학에 대한 확고한 신념의 결과일 수 있다. 회화가 시각예술이라는 사실
        을 전제로 할 때 그 의도가 더욱 명료하게 드러난다. 시각적인 이해의 단초를                         - 작가노트-
        제공하는데 인색하다는 것은 거꾸로 자신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누군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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