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전시가이드 2024년 0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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難得糊塗                                                  吃虧是福





                                                            남은의 첫 전시를 축하하기에 앞서 에둘러 창신에 대한 시대적 사명을 언급
                                                            한 것은, 배움에 대한 남은의 진솔성과 예술세계가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확
                                                            신시켜 주기 때문이다.

                                                            남은의 작품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품평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기능은 시간
                                                            이 해결해 주고 창신은 작가의 생각이 결정 지어주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첫걸음은 중요한 것이다. 가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난관에 봉착하여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준비된 자에게는 그러한 실패를 극복하는 힘이 있다. 새
                                                            로운 세계로 진입을 모색하는 남은에게 앞 선자로서 몇 가지 생각들을 함께
                                                            나눠 힘을 보태고자 한다.

                                                            우리 시대는 다양성을 가지고 변화하는 다원화시대이다. 세상이 급변해지니
                                                            사람 사는 방식도 변하고, 예술의 심미도 변해졌다. 변화의 시대에 그냥 머물
                                                            러 안주하고 있다면, 시대를 역행하는 것과도 같다. 전통적 학습방법에 길들
                                                            여져, 알고 있는 것만이 중요하고 보고 싶은 대로만 본다면 맹목적으로 고전
                                                            에 추종되어 시대의 새로움을 찾는데 어려움을 준다. 아무리 임서(臨書)가 중
                                                            요하더라도 임서로 체득된 서체만으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각언
                                                            어를 창조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옛사람을 흉내 내어서는 옛사람을 뛰어
                                                            넘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3천5백 년을 뛰어넘는 오랜 서예역사 속에서 글씨
                                                            잘 쓴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들 중에 시대를 반영한 자신의 글씨를 쓴
                                                            자만이 세상에 이름을 남겼다.

                                                            예술은 숨 쉬고 진화하는 유기체와 같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환경과 조건이
                                                            변화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보다 흥한 서예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작
                                                            자 개개인이 독창적 작품세계를 새롭게 펼치면서 진화되는 서예의 흐름에 동
                                                            참해야 한다. 새로움이란 우리를 에워싼 환경에 적응하며 전통 속에서 자아
                                                            를 발견했을 때 탄생하는 독창적 심미세계다. 이런 시대성은 누구에게나 준
                                                            비되고 발견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이는 예술의 치열함을 믿고 시대를 사는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보석인 것이다.

                                                 靈室奇巖       남은의 도전과 탐험에 장도의 발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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