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전시가이드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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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kscomb- dream garden2, 91×66,cm(30P), oil on canvas, 2016














                               cockscomb-red, 116.8×91cm, oil on canvas, 2020


            울퉁불퉁한 질감은 현실속의 맨드라미를 보는 듯싶은 시각적인 체험을 유도
            한다. 분명히 인위적인 표현임에도 실상으로 믿도록 유도하는 것은 예술을 전
                                                                            cockscomb-dreming, 45.5x38cm, oil on canvas, 2020
            제로 하는 조형의 마법이다. 따라서 평면공간임에도 현실공간을 지향하는 맨
            드라미는 영특하게 보일 정도이다. 마치 살아 있는 듯싶은 형태미로 삼차원의
            공간에 간단히 진입하는 맨드라미의 존재성이야말로 그가 찾아낸 회화적인
            또 다른 상상의 공간이자 환상이다.                             이처럼 맨드라미와 어울리는 다양한 해석의 배경을 통해 맨드라미라는 단일
            과장된 양감으로서의 독특한 질감표현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맨          소재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한다. 물론 배경과 더불어 맨드라미 자체로
            드라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특징과 무관하지 않다. 맨드라미는 여러       실상과 다른 비현실적인 색채를 구사하는 등 보다 다채롭고 풍부한 시각적인
            개의 꽃잎으로 이루어지는 여타 꽃들과 다른 형태로 되어 있다. 닭 벼슬과 모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전시 때마다 어김없이 새로운 조형적인 변
            양이 같다 하여 <계관화>라는 별칭이 있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닭의 볏처      화를 보여준다. 일련의 근래 작업에서는 단색조로 화면을 통일하는 등 보다 현
            럼 생긴데다가 주름진 독특한 형태의 꽃은 붉은색과 흰색 황색 분홍색 등 여       대적인 조형미를 지향하고 있다.
            러 가지 색깔을 가지고 모양도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기괴하게 보일 만큼 주      청색 또는 흰색만으로 꽃과 배경 등 전체를 단색으로 덮는다. 이렇듯이 비실제
            름진 형태의 꽃 모양으로 인해 꽃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에서조차 벗어난다.        적인 색채이미지를 통해 현실감각을 차단함으로써 현대미학과의 결속을 모
            어느 면에서 이처럼 개성이 뚜렷한 형태미야말로 입체적인 표현을 강구하도         색한다. 이로써 맨드라미라는 현실공간에 존재하는 이미지는 증발하고 개념
            록 유인하는 요인이었는지 모른다.                              상의 맨드라미만 남게 된다. 여기에서는 재현적인 가치 또는 사실적인 형태감
            실제로 입체적인 표현과 맨드라미는 상성이 좋다. 실제의 맨드라미처럼 착         각은 무시된다. 맨드라미는 조형적인 세계를 전개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할 뿐
            각하기 십상인 것도 질감 표현이 맨드라미의 독특한 형태미에 부합하기 때         주도적인 존재로서의 면모는 후퇴하고 만다.
            문이다. 두터운 질감은 재현적인 그림에서는 매우 이질적인 요소임에도 불
            구하고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맨드라미의 본래적인 형태가 독특한 구         현실적인 감각을 차단했을 때 거기에는 무엇이 남고 존재하는가를 살펴보자
            조를 가지고 있는 까닭에 질감표현은 오히려 사실성을 강화시키는 요소로 작        는 것이다. 사실적인 형태 및 현실적인 색채가 사라졌을 때 맨드라미의 추상
            용하는 까닭이다.                                       적 이미지만 보일 따름이다. 이때 맨드라미는 의식의 그림자라는 형태로 다가
                                                            오게 된다. 실체는 없고 관념적인 이미지로서 존재할 뿐이다. 이는 정제된 미
            특히 배경에 대한 다양한 표현방법을 통해 조형의 묘미를 일깨워준다. 그의        의식이 지어낸 관념적인 세계이며 개념적인 이미지인 셈이다. 감각적인 표현
            작업을 통해 새삼 배경의 조형적인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하게 된다.       이 사라졌을 때 그 자리에 들어서는 것은 심미세계이다.
            이는 단지 조형적인 변주의 문제가 아니라 화면의 밀도감과 더불어 화면공간        그의 작업은 여기까지 이르렀다. 이후의 작업은 또 어떻게 변하게 될까. 이제
            의 심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다는 것은 심미적인 세계를       까지 그래왔듯이 또 다른 조형적인 변주를 모색할 것이다. 맨드라미는 그대로
            향한 문턱을 넘어섰음을 말해준다. 예술로서의 초월적인 가치에 대한 인식이        존재하는 가운데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해내리라 기대한다.
            야말로 심미표현의 직접적인 동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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