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전시가이드 2024년 05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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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좋은 날
글 : 장소영 (수필가)
올해 부처님 오신 날 연휴는 비로 시작해 비로 끝나려나 보다. 며칠 쌓인 먼지 럽게 소식을 전달하는 직장인이지만 내 눈엔 여전히 해맑은 소년이다. 이야
를 쓸어내리려는 지 밤새 좍좍 내리던 비는 정오가 되어도 그칠 줄 모른다. 서 기를 나누다 보니 그의 말대로 ‘오랜만이지만 간만인 것 같은 시간’은 속절없
둘러 준비를 마치고 나서는 발걸음보다 마음이 앞서 걷는다. 이 후다닥 흘러간다.
와이퍼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좌우로 빗물을 쓸어내려도 거센 빗줄기는 한 치 지난 뉴스가 생각난다. 스승의 날이라는데 온통 어두운 이야기만 나온다. ‘아
의 공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세다. 신호등이 빨간빛으로 바뀌어 시간을 보 무도 축하해 주지 않는 스승의 날’이라며 교사들이 이직이나 퇴직을 고려한
니 약속 시간 전에 도착할 것 같은데 마음은 안절부절 못 한다. 다, 정신과 치료 경험이 상당수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사기 진작이 아니라 사
기 저하 같다.
얼마만의 만남이지? 기억을 모아 세어 보니 9년만이다. 가끔 소식은 주고 받
아왔지만 얼굴을 마주한지는 오래되었구나 싶다. 반가움 반, 설렘 반, 마치 오 수업 시간에 문제 행동을 일으킨 아이를 제지하느라 손목을 잡았대서, 수학여
래된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느끼는 감정이 이런 걸까. 속도를 높일 수 없는 행을 권유했다고, 반성문을 쓰게 했다고 아동 학대 신고를 당한다. 날로 커가
빗길이라 가는 길이 더 더디게만 느껴지는 순간, 아뿔싸! 길을 잘못 든 것이다. 는 학생인권에 비해 교사의 권한은 추락했고, 한때 존경받았던 스승의 자리
자신감에 넘쳐 길 안내양을 이용하지 않은 탓을 이제 와 해봤자 헛일이다. 주 는 교실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교육현장에는 소신껏 학생지도를 하기 어렵다
춤주춤 길을 돌아 다시 오던 곳을 되돌아 나오니 약속 장소가 나온다. 아직도 는 한숨 소리만 요란하다.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가 있으니 한 걸음이라도 빨리 도착해 맞이하고 싶은
소망이었는데, 길에서 다 허비해 버렸다. 스승의 날은 1958년 충남 강경여자중고등학교의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이 병
환 중에 계시던 선생님을 위문하고, 퇴직 선생님들을 위로하던 활동이 계기가
훤칠한 키에 시원스런 이목구비의 양복차림 청년이 뛰어나오듯 입구로 마중 되어 1963년 5월 26일을 처음 ‘은사의 날’이라고 정하였다. 그 후 세종대왕의
나온다. 반가운 마음이 배가 되는 순간이다. 자리에 앉아 마주 보니 정말 멋 탄신일인 5월 15일을 다시 ‘스승의 날’로 정하여 기념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지게 자라줬구나 싶어 뿌듯하다. 그러면서도 TV에 나와 뉴스시간이면 매끄 이 세상의 모든 스승이 세종대왕처럼 존경받는 시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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