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전시가이드 2021년 07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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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컬럼
손정순-맨드라미향기, 40.9x31.8, oil on canvas, 2019 손정순-호박의 향연, 53.0x45.5, oil on canvas, 2021
손정순은 소위 제너럴리얼리즘 –묘사(描寫) 위주(爲主)의 범속(凡俗)한 사실주의(寫實主義)– 의
범위(範圍)에서는 벗어나 있으며, 표현주의(表現主義)와 상징성(象徵性)에 이어
추상(抽象)의 영역(領域)에 까지 이르고 있다.
손정순의 그리고 물질만능(物質萬能)의 자본주의(資本主義)와 그칠 줄 모르는 현대문
명(現代文明)에 지친 심신(心身)을 안락감(安樂感)으로 감싸주는 것이 자연임
을 상정(上程)하고 인간(人間)과 자연의 관계(關係)를 사유(思惟)하고 향유(享
산천초목(山川草木)과 인간(人間)의 有)해간다. 손정순은 소위 제너럴리얼리즘 –묘사(描寫) 위주(爲主)의 범속(凡
俗)한 사실주의(寫實主義)– 의 범위(範圍)에서는 벗어나 있으며, 표현주의(表
관계를 사유(思惟)하다 現主義)와 상징성(象徵性)에 이어 추상(抽象)의 영역(領域)에 까지 이르고 있
다. 골든섹션의 구도(構圖), 표현주의적인 형상(形象), 광범위(廣範圍)한 색계(
色界)와 색상(色相), 활달한 필적(筆跡)은 우리에게 감동(感動)을 안겨준다. 특
박종철 (미술평론, 칼럼니스트, KCAA대표) 히 구태 적(舊態的)인 스토리텔링과 시각적(視覺的)인 진부(陳腐)함의 요인(
要因)으로 작용(作用)하는 과도(過度)한 퍼스펙티브를 외면(外面)한 점은 동
시대(同時代) 미술(美術)의 특징(特徵)을 보여주는 평면성(平面性)과 함께 작
오늘날 눈부신 과학문명(科學文明)의 발달(發達)과는 상대적(相對的)으로 산 가, 손정순의 미학적(美學的) 역량(力量)을 알게 해준다. 소위, ‘유니티인버라
천초목(山川草木)은 오염(汚染)되어 가고 있다. 모든 것을 포용(包容)하고 있 이어티’ 라는 조형적(造形的) 영역을 뒷받침해주는 조화(調和)는 마티에르의
는 자연(自然)은 인간을 비롯한 시골풍경 – 작은 연못과 방죽, 맨드라미, 장독 시각적인 쾌감(快感)과도 관계를 가진다. 백브러시와 나이프, 중간 크기의 붓
대, 밤, 감 따기, 산나물 캐기, 밭 매기, 등 농촌(農村)의 일상생활(日常生活) – 과 세필(細筆)의 활용(活用), 변화무쌍(變化無雙)한 터치, 그리고 오일의 혼합
은 물론이고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 농촌생활에 대한 향수(鄕愁)와 그 서정(抒 량(混合量)의 차이(差異)를 두는 다양(多樣)한 기법(技法)은 조화감(調和感)과
情) 외에 아련한 추억(追憶)을 포함(包含)한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인 향취( 함께 시선(視線)을 멈추게 한다.
香臭)까지도 연계(連繫)되어진다. 유년시절(幼年時節)부터 청년시절(靑年時
節)까지 농사일을 접해온 작가(作家) 손정순은 자연과 농촌생활의 몽타주를 전시작품(展示作品) 중, 아침햇살 맨드라미향기’의 구도는 황금분할(黃金分
통해서 애틋한 추억을 테마로 하여 시각화(視覺化)하고 작업(作業)에 임함으 割)의 정수(精髓)를 보여주며 직(直), 곡선(曲線) 형태(形態)를 대비(對比)시켜,
로서 자신(自身)의 존재(存在)를 확인(確認)해가며 성취감(成就感)을 갖는다. 대조(對照)의 조화를 이루며 문학적(文學的)이고 서정적인 여운(餘韻)을 가져
온다. 한편, ‘맨드라미의 향기(香氣)’는 단순(單純)한 구도와 형상이지만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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