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2019년04월전시가이드
P. 73
다시보는전시
和園Ⅰ 80×150cm 광목에채색 2018
2019. 4. 1 – 4. 10 전라남도교육청이음갤러리(T.061-260-0114, 무안)
소박하고 담백한 일로일색(一路一色)의 세계 에 일로일색(一路一色)을 걷는 서지영의 예술 관(觀)이야말로 차라리 숭고미
를 느끼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서지영 초대전 서지영은 일상적 풍경과 정물들 사이에 드러나는 은유의 미(美)를 이곳과 저
곳의 사이를 순간이동하는 자유 의지의 소망을 담아 상징화 하고 있다. 거기
글 : 이지호(미술학박사, 현대채색화 작가) 에서는 일상의 재발견 내지는 유의미한 미(美)의 정적(情迹)인 개연성을 유추
해낼 수 있는데, 어쩌면 이로 인해 형성된 그 평담함이 우리들의 마음 한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통과 현대의 구분이 모호한 시대에서는 화
서지영의 그림은 스펙터클하거나 부조리한 사회 현상이 내포돼 있거나, 애써 가들마다 자신만이 추구하는 타당한 성격을 표출해야 하는 것이, 매우 난해한
난해한 심미 감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그의 그림은 오롯하고 은연한 정감 과제로 떠오른다. 이를테면 표현의 당위성을 지탱하는 일련의 알리바이를 산
으로써 온정적 의지를 표상한 것이다. 형식적으로 새로움에 대한 미학의 강박 만한 오브제에 의존하여 추상적 의미를 확대하거나, 모호한 경계와 해석의 여
은 화가 누구에게나 적용되지만 그들의 미적 투쟁은 오히려 평이한 화풍과 화 지를 어렵게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런 점에 서지영의 그림은 상징화된 그
면에서 더욱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마도 이데올로기적 내용과 의미를, 보다 더 충실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순수성이 덧보이는 이유일
이슈가 아닌 평범으로부터 비범을 뽑아내야 되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미적 것이다. 화가의 역량이란 예술적 실천의 목적성과 지향점이 작품에 잘 드러나
형식의 순수한 시도가 그렇듯 대부분 자연의 여러 요소로부터 기인하는 바, 사유체계로부터 우러나오는 함축미와 그것에 연동된 회화적 완숙미가 조화
서지영이 추구하는 메시지 또한 자연과는 분리 불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를 이룰 때일 것이다. 따라서 서지영이 추구하는 회화적 관점 또한 본질적으
이것은 이제껏 그가 회화에서 추구하고 있는 일관된 형식이자 관념의 산물이 로 자연의 다양한 매개를 통해, 회화적 밸런스를 구축, 정감의 미(美)를 부여하
기도 하다. 화가들 중에는 종종 작가적 이상향에 맹신하거나 시대적 기표(유 고 있다는 점이다. 서지영이 구현하는 숲이나 정원을 통해, 동화적 상상의 세
형)에 집착하는 경향 때문에 훗날 되돌리기 힘든 지경에 이르곤 한다. 이 때문 계가 소박, 담백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