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경기룩아트Vol.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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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_경기인 미술인 www.klookart.org
문화정체성을 향한 여정
서양화가 장 혜 숙
과
거를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상당한 행복이며 그 수고로운 삶에 대한 보상일
것이다. 창작에 있어서 미적 감수성을 발현해 내는 추억은 단순한 동심의 추억이 아닌 현재
와 과거를 동일시하며 작가 자신의 감각 세계 너머에 있는 실재이자 모든 사물의 원형인 관
념(idea)의 세계를 볼 수 있도록 자극하여 작가가 갈망하는 독창적 작업의 모티브가 되어준
다. 칼릴지브란(Kahlil Gibran. 현대문학가,화가)은 ‘추억은 일종의 만남’이라고 했다. 과거
를 추억하는 것은 새로운 관념적 세계를 만나게 되는 미지의 문을 여는 순간일 것이다.
서양화가 장혜숙은 칼릴지브란의 ‘추억’과 ‘만남’이라는 상반된 단어의 조합으로 서정적
인 창작활동을 통해 심미감(心美感)을 전달해주는 천착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오랜 기간
해외에 머물며 이질적 문화 속에서 갈급했던 우리의 문화에 대한 막연한 추억을 풀어 나가
기 시작했다. 어릴 적 뛰어놀던 골목길 같은 정겨움과 모국의 추억되는 사사로움이 화폭에
담길 때 심원(心源)이 정화되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에너지를 느끼게 되었다고 추억한다. 국
외에서 창작활동을 이어온 작가는 한국생활 속의 추억에 행복함이 함께 공존되며 한국적 사
물, 기물들을 통해서 작업의 모티브를 찾아가는 문화 정체성에 대한 여정을 나서게 되었다.
작가는 그러한 작업 속에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과 존재감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이 있으
며 그 여정의 길을 가는 것에 의미 있음을 이야기 한다. 작가가 모티브로 삼는 모국의 정서
와 추억 속에 드러나는 어릴적 자연풍경에 대한 갈망 또한 자연 속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상
징 하고 자연과의 친밀함을 통해 서정적 음율(音律)을 창조한다. 그녀는 우리나라 사계절의
다양한 꽃들을 기다리고 나무들의 성장을 관찰하며 그림에 작은 우주를 상징하는 작업으로
‘추억’에서 출발하여 ‘만남’의 완성으로 정진하고 있다.
“나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마무리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이 여정은 어린 시절의 장난감과 한국의 전통적인 물건에 대한 관심에
‘어릴적 놀이터’(91x117cm. Watercolor on paper. 2019)
서 시작되었고, 그 관심은 나의 문화 정체성과 예술적 욕망의 주체로 형성되는 계기로 바
뀌었다. 나는 진전을 향해 나아가며 자기 존재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에 토테미즘과 전
통적인 한복, 옹기, 화병, 한옥과 같은 주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23. 장혜숙 작업노트중-
서양화가 장혜숙의 그림은 꾸미지 않은 기억과 현실이 공존하는 소박한 우리네 서정
적 정서가 깊은 동심에서 바라보는 어머니의 일상이다. ‘어릴적 놀이터’(91x117cm.
Watercolor on paper. 2019)는 옛 어머니가 한땀,한땀 바느질할 때 꼇던 골무 속에 토
테미즘(totemism)의 신앙적 소재인 솟대를 시각화하여 조형하였다. 하나의 화폭을 이차
원의 공간으로 나누고 빼곡한 작은 집들을 골목골목 헤쳐 나가 어머니의 골무 속에 수많
은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어릴적 놀이터를 추억하여 찾는 여정을 이야기해준다. 수채화의
물성을 있는 그대로 살려 인위적이기 보다 자연스런 수채 물성 그대로 드리핑하고 불투명
의 소박한 운필로 자연과 어린 시절의 감정을 조형한다.
‘엄마의 자장가’.(117x91cm. Watercolor on paper. 2019)에서 작가는 어린시절 추
억되는 어머니의 따스한 품을 세필로 짜여진 모시의 질감을 통해 표현한다. 저고리와 함
께 배치된 십장생의 이미지들은 경로사상의 공경이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다. 오방색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