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2019년09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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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The gyudopia- imaginations from chimney, 72.7×53.0cm, oil on panel, 2018
2019. 9. 18 – 9. 24 희수갤러리(T.02-737-8869, 인사동길)
고독한 성채를 벗어난 자유로운 영혼의 유영 스스로를 묶어놓았다. 그런 생활이 지속되면서 외부와 차단된 자신만의 성채
를 더욱 견고히 쌓아가게 되었다. 그러한 제한된 생활이 그 자신에게는 부자
이정규 작품전 유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로부터 안도감을 느끼고 나름대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라는 거대한 조직으로부터 이탈한다
는 것은 다른 시각에서 볼 때 소외이고 고립일 수 있다. 그의 청소년 시절은 외
글 : 신항섭(미술평론가) 부와의 소통을 거부한 채 그렇게 흘러갔다. 이제 그는 혼자만의 시간 및 공간
을 벗어나 자발적으로 사회라는 넓은 세상의 일원이 되었다. 여기에는 세상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그림이라는 매개체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림은 이
인간은 누구에게나 현실공간에서 뛰어나가고픈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 현실 전의 로봇 장난감이나 만화를 즐기던 시기와 다름없이 여전히 화실이라는 한
공간이 어떤 형태의 것이든 때로는 자신을 얽어매는 외적 조건이라고 생각하 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은 그 자신의 존재를 당당
기 때문이다. 원시적인 삶은 자유 그 자체였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히 세상에 드러내놓는 일을 해낸다. 스스로가 세상과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서 그 일원으로서의 소속감이 자유를 제한하게 되었다. 어쩌면 현대인이 현실 방법을 그림을 통해 찾아낸 셈이다.
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것은 그 본래적인 자유로운 삶에 대한 회귀본능 때문
인지도 모른다. 이정규는 어린 시절부터 지극히 제한된 생활공간에서 지내왔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는 그 자신의 삶의 공간이자 성채였던 아파트와 로
다. 만화 또는 로봇과 같은 장난감에 빠져든 나머지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봇 그리고 공룡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만의 공간을 제공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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