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2019년09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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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yudopia-작은 상상덩어리03 24.2×33.4cm, mixed media, 2018


















                           The gyudopia-flying apartment robot in blue imagination
                                        53.0×72.7cm, mixed media, 2018
                                                                      the gyudopia-작은상상덩어리04. 33.4×24.2cm, mixed media, 2018



            아파트와 유일한 취미이자 소일거리였던 로봇이나 공룡을 소재로 채택한 것         나 구성 및 구도를 보면 그 범위를 훌쩍 넘어선다. 다시 말해 그의 조형공간에
            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형태에 친숙했던 존재인 로봇은 구태여 보지 않더       서는 상하전후좌우라는 위치개념이 자유롭다. 물론 중력에 개의치 않는 존재
            라도 능히 그림으로 옮길 수 있을 만큼 이해도가 높은 소재이다. 그의 그림에      방식 때문일 수도 있으나 소재가 놓이는 상황에 따른 위치 배치 및 구성이 다
            는 어김없이 아파트나 로봇과 공룡이 등장하고 그 자신의 얼굴도 자주 출연시       채롭다. 앙각구도와 조감구도를 즐기는 자유로운 구성은 다양한 시점 변화에
            킨다. 그의 그림은 소재에 상관없이 밝고 쾌활하며 즐거운 감정을 유발한다.       서 비롯된다. 특히 소재 배치에서 화면 중심에 놓는 일반적인 구성을 탈피하
            하늘을 유영하는 로봇이나 공룡 그리고 아파트라는 설정은 상상의 공간을 우        여 화면의 중심은 물론 구석으로 놓는 등 의도된 화면경영 감각이 돋보인다.
            주공간으로 확장시킨다. 땅을 딛고 사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자유롭게 날아다        소재를 에워싸는 공간에는 흐릿하게 표현되는 선묘의 이미지들이 자리한다.
            니는 새를 꿈꾸는 것은 단순히 상상에 그치는 일은 아니다. 비록 현실에서는       구체적인 형태묘사가 양화라면 선묘이미지는 음화인 셈이다. 이때 선묘는 그
            불가능한 일일지라도 하늘을 나는 로봇이나 아파트를 보면서 대리만족, 또는        자신의 내면에 비친 심상의 현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상반된 이미지를 함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조형적인 상상력 덕분이다.                   배치하는 것도 실상과 허상, 안과 밖, 밝음과 어둠 등 음양사상과 무관하지 않
                                                            다. 뿐만 아니라 형태묘사와 관련해 부조형식으로 물감을 두텁게 쌓아올림으
            그의 조형공간에서는 상상하는 일이 마치 실제처럼 일어난다. 하늘과 땅은 별       로써 입체감을 강조하는 기법도 특이하다. 평면에서 입체로 나간다는 것은 내
            개의 곳이 아니라는 듯 중력을 벗어난 아파트와 로봇이 함께 하늘을 날아다니       안의 자존을 명확히 드러내려는 숨겨진 의도라고 할 수 있다. 평면에서 입체
            는 그 자유로움은 오로지 조형적인 상상력의 소관이다. 그림이라는 매개체는        로 현실에서 상상의 세계로 확장되는 그의 조형세계는 새삼 우리에게 자유의
            그에게 무한한 상상의 자유를 허용하고, 우리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그의 그림이 쾌활한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밝고 따스한 색채이미지와도 무
            관하지 않다. 화면 전체가 유채색 중심인데다 채도는 낮고 명도가 높아 온화       이렇듯이 그는 자신만의 시각이 담긴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
            한 정서로 채워진다. 풍부한 애정이 담긴 색채이미지인 것이다. 소재나 내용       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자신의 생활 속에서 가장 가까이했고 친숙했던 소재
            으로 보아 원색중심의 색채를 선호할 듯싶은데도 순화된 중간색조의 색채이         만으로 구성된 간결한 이미지이지만 거기에는 보이는 것 그 이상의 세계가 담
            미지로 일관한다. 그러기에 전체적인 인상이 밝고 맑으며 따뜻하게 다가오         겨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한 개인적인 순수
            는 것이리라.                                         한 삶의 경험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과 그 아름다운 결과물과 마주하고 있다.
            그의 그림은 어쩌면 소재나 내용에서 보면 어린이적인 상상의 산물인 듯싶으        instagram: @Leejunggyu_gyud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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