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전시가이드 2023년 2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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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지난  며칠간  제주도에서  자연
                                                                                   과 데이트 하던 중, 안도현 시인
                                                                                   의 “제주도에 왔으니 가련해지
                                                                                   지는 말아야 하지”를 되뇌었다.
                                                                                   안덕면의 한 마을 어귀에서 버
                                                                                   티고 서있는 ‘폭낭’을 만났다. 제
                                                                                   주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포
                                                                                   구를 지키고 있는 당산나무 ‘팽
                                                                                   나무’ 였다.
                                                                                   들에 눈이 쏠렸다. 나이가 500
                                                                                   살이나 되는 어르신이었다. 쓰
                                                                                   레기에 둘러 쌓인 다른 팽나무
                                                                                   와 달리 이 어르신은 목욕재계
                                                                                   하고  너그러운  모습을  드러내
                                                                                   주었다.
                                                                                   날씨가 좋았던 두 번째 날에 흑
                                                                                   백으로 보니 제주 사람들의 애
                                                                                   환을 함께 한 나무의 결을 그대
                                                                                   로 보여주었다.






        이기우작가는 어린아이와 같은 맑은 영혼의 소유자다.                    그리고 무수한 기다림과 작업의 궤적들이 고스란히 그의 사진속에 남
        그녀의 깊고 선한 눈빛은 상대의 마음의 빗장을 풀게 한다.                아있다.
                                                        그녀의 사진에 대한 몰입은 세계를 누비는 노마디스트 예술가가 되게 했
        물리학과 사진.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듯한 조합이다.                  다. 또 한, 이 작업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호기심, 만족감이 지금 그녀를
        그러나 물리학박사로서 더 넓고 깊은 우주에 대한 해박함으로 자연을            가장 빛나게 하고 있다.
        바라본다. 그녀는 매서운 관찰력으로 찰나를 포착한다.
                                                                                                       (글 : 밸라한 관장)

        나는 50여 년 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가서 물리학 박
        사학위를 취득한 뒤 여러 대학교에서 후학들을 지도하였다.                                자연은 내 마음의 휴식처!

        1989년부터 20년 동안 심혈을 기울인 나노(Nano)분야, 특히 E-Beam Li-       젊음의 열정을 물리학자로 태우고 로맨틱 그레이를
        thography 방면의 R&D에서 많은 성과를 올리고 미국 정부연구소에서 은퇴       사진가로 채워가는 시간, 이제는 시인이 되어 멋진 시를 쓰고 싶다.
        했다. 은퇴한 뒤 어릴 적부터 하고 싶었던 예술적 소질을 살리기 위해 8~9년
        전 사진을 시작했다.                                           사진으로만 남기기에는 2% 부족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글로 남기기 위해서…
        4~5년 전부터 자연 풍경 찍기의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1년의 절반 이상을 미
        국 전역과 유럽 뉴질랜드 캐나다 한국 등으로 출사에 나섰다.                  나의 사진작품을 보고 시로 풀어낸 홍찬선 시인의 시를 공유한다.

        나의 사진예술은 홀로 습득한 연구 체계다. R&D로 오랜 세월을 보낸 과학자            다음엔 사진과 함께 시도 보여 드릴 것을 약속하면서…
        로서, 몸에 배어 있는 정신력으로, 예술에 대한 사랑과 자연의 아름다움과 교
        감하면서 환희와 즐거움을 찾고 희망과 소망을 빚어낸다.                                여러 길로 갈라진 평행우주 속
                                                                      용감히 떠나고 용감히 남은 나
        홀로 세계의 이곳 저곳을 다니며 사진촬영 한다는 것 자체가 그리 쉽지는 않                      아름다운 자연을 찬양한다
        다. 그럼에도 자연과 자연이 서로 소통하고 물리학에서 자주 구현하는 공명
        과 떨림이 무수히 존재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속에 파묻혀 자연과 하나가 된다.                    나는 그렇게 또 한발 내딛어 본다.
        때로는 세상과 단절된 모하비 사막에서의 밤하늘 은하수 등, 경이로운 대자
        연 앞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으며 자연과 우주의 신비스러움에 초점을 맞춘다.                  - 바닷가의 고기 집을 보면서 이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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