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전시가이드 2023년 04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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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누구의 꿈일까, 130.3x97cm, oil on canvas, 2021 길을 나서면, 162.2x112.1cm, oil on canvas, 2022
2023. 4. 19 – 4. 24 갤러리인사아트 제2전시실(T.02-734-1333, 인사동)
카르마(Karma), 차이와 간극의 알고리즘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현실을 터전으로 한 억눌림과 비틀림 , 희망과 애환
이 서려 있는 히스토리가 제거된 것도 아니다 . 여전히 신라와 고구려를 비롯
여동미 개인전 한 다양한 고대 설화 속 주인공이 대리체로 자리하고 삶의 지척에 놓인 비밀
같은 속내가 담겨 있다. 지난하고 고난스러운 인생이라는 여정, 과거와 현재
를 아우른 채 다양한 세상사의 번민들을 들춰내어 정면으로 부딪히며 실존(
글 : 홍경한 (미술평론가) 實存)을 획득하려는 몸부림도 녹아 있다. 특히 삶에 저항하는 소박한 의지 역
시 잔류되어 있다. 2013년도 작품 <꽃의 전설>이나 <어디에 무엇이 되어>, <
그녀는 울지 않는다>(2013) 등이 대표적이다.
장식적, 몽환적, 시각적 화려함 대신 감각이 자릴 잡고 있다. 스스로를 바라보
는 시선과 자신을 지탱할 수 있도록 해온 경험, 짙은 무의식 아래 발현되던 묵 여동미의 근작에서 흥미로운 건 다름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며, 단순한 객
직한 언어들도 한층 무게를 덜어내고 있다. 달리 말해 이는 그동안 옥죄어 온 체의 주체화, 혹은 의인화의 대상으로서만 존재하는 범주를 넘어 나와 관계
삶의 번민을 내려놓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며 이전 대비 심리적 변화가 이뤄지 된 외부 세계마저 포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화
고 있음을 가리킨다. 물론 체념의 언저리에서 자란 절망이 아닌 그 절망의 틈 면의 한 면을 차지한 채 그림 밖을 응시하는 한 여성(실은 매우 중성적인)이
을 비집고 발아된 극복의 표상이라 해도 그르지 않다. 등장하는 2014년도 작품 <어디에 무엇이 되어>와 <춤추는 카르마>(2014)
그렇다고 지금까지 오랜 시간 엄격하게 적용했던 주제인 자아에 대한 탐구가 는 구체적인 의미부여에서 벗어나 심리적 여백에 방점을 두고 있다. 모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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