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전시가이드 2023년 04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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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봄, 150cm×350cm×70cm, mixed media on fabric 가변설치 부분, 2023




                            2023. 4. 20 – 4. 25 아트스페이스퀄리아(T.02-379-4648, 평창동)






         무위(無爲)와 기운생동의 절묘한 조화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무위’의 경지에 가깝다. 무위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이 아니라, 인위적인 힘을 가하여 억지로 하지 않는 행위(doing by not doing)
        함미애 초대전                                         를 말한다. 한마디로 자연의 운행 원리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듯 보이나 이
                                                        루지 않은 것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글 : 김정숙 (미술사학  박사)                              이제 한 화가의 여정으로는 그림이 익을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남들은
                                                        한 해가 멀다 하고 개인전을 열었지만 그는 오랜 세월 침묵했다. 침묵한 것은
                                                        단지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삶을 더 가까이 들여
        다산 정약용 선생은 유배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희작초계도(戲作苕溪          다보면, 발표를 하지 않았을 뿐 날마다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다. ‘그림은 바로
        圖)>라는 그림을 그렸다. 초계란 고향집 앞을 흐르는 개천 이름이다. 그림은      그 사람’이라는 옛말처럼, 그의 그림에는 삶의 모습이 온전히 녹아있다. 산에
        남아있지 않지만, 고향마을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아 서툰 붓질로 그림        들어가 혼자서 수행하며 도(道)를 이룰 수도 있지만, 진정한 도는 자신의 십자
        을 그렸다는 내용의 시가 전한다.                              가를 지고 가는 삶의 태도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런 삶을 살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림의 제목에 들어 있는 ‘희작’이다. 희작이란 옛 문인들    았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작업했다.
        이 사소한 것에 흥을 일으켜 즉흥적으로 시도한 유희적 성향의 그림을 말한
        다. 심오한 예술세계를 추구하기보다 시험 삼아 재미로 그린 ‘놀이’의 개념에      그의 그림을 마주하는 사람은 거기에서 꽃을 보기도 하고 바람의 흐름을 읽기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자신의 작품을 겸허하게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도 하고 종교적 메시지를 찾을지 모르지만, 작가는 단순히 자연의 원리에 순
                                                        응할 뿐이었다. 어쩌면 함미애의 화면에서 발견하는 것은 동양의 궁극적 예술
        함미애의 그림에서는 옛 문인들이 붓 가는 대로 그린 희작의 면모가 엿보인        이념인 기운생동(氣韻生動), 즉 생명의 율동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
        다. 솔직히 나는 그의 그림에서 어떤 대상을 바라보기보다 대자연의 호흡과        모르겠다. 즉흥적이고 재미로 하는 일은 오래 할 수 있는 법이다. 자연의 흐름
        리듬을 느낀다. 의지로 그린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한 붓질, 그것은      을 따르는 즐거운 ‘희작’을 앞으로도 계속해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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