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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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아의 고백-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_2023_90.9 X 72.7cm_mixed media on canvas  탕아의 고백-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하지 마옵시며
                                                                                  2023_90.9×72.7cm_mixed media on canvas








            티브로 재료의 다양한 확장을 발견한 것이다. 재료 보존에 관한 자전적 필요성      않은 경우 흑연·아크릴·펜 등 다른 재료와 연동해 선적 한계를 극복한다. 완성
            이 다양한 형식들로 이어지면서, 잉크 픽사티브(Ink Pixative) 등이 활용되는  도나 이미지에 따라 형상들은 다양한 이미지로 표출된다. 최근엔 최선 작가의
            가 하면, 미술계 권력에 대한 젊은 풍자가 구체적으로 형상화된다.            제안에 따라 최종본에 비닐팩을 씌우는 실험도 감행했다. 진공포장이 보존적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콜라주 시리즈의 확장판인 <플라스틱 레코드
            “나는 국가, 정당, 단체, 공동체, 젠더, 이데올로기 등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  시리즈>는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작업들로, 가방처럼 언제나 볼 수 있고
            고자 한다. 독립적인 입장에서 매 순간 스스로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그리는       들고 다닐 수 있는 ‘이동가능한 보존성(Removable Conservation)’을 통해 ‘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려 한다.” -영      동시대적 공간확장(Contemporaneous space expansion)’을 보여준다. 전시
            천 레지던시 작가노트 中에서                                 공간의 다변화 속에서 작가는 ‘상황이 작품이 되고, 작품이 공간이 되는’ 전시
                                                            연출을 시도한 것이다. 영천 레지던시 인근에 마트가 적다 보니 인터넷으로
            박준식의 ‘선언적 자기확신’을 작가의 세계관에 대입해 보자. 드로잉과 페인       주문한 패키지 상자들이 일상생활의 일부가 된 까닭이다. 외부에서 배달온 식
            팅을 북아트식 콜라주로 전개한 작가는 눈앞에 맞닿아 있는 실존적 세계를 복       음료 물품들의 껍질, 홍차·커피·컵라면·쌀국수 등 작가의 생존과 관계된 영천
            잡다단한 인간 군상으로 표출한다. ‘교차-반복-결합’의 과정에서 작품 안에 자     과 관계된 다양한 패키징들이 예술이자 환경이 되는 ‘역전(逆轉)의 공간효과
            신을 연소시키는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1.5-2미터 캔버스 천으로 이루어진     (Space Effect of Reversal)’를 낳은 것이다.
            작업들은 거대 공간을 향한 도전이자, 컨투어드로잉(Contour Drawing)을 통
            해 한스 홀바인(Skeleton In Armour)의 <죽음의 무도>를 오늘의 인식 속에  자기 일탈을 통해 늘 신(新)-화풍을 개척하는 박준식 작가의 ‘영천 기록지’는
            서 재요청하는 행위다. 실재 작가는 B급 영화에 등장하는 희화화된 블랙코미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는 실험정신으로 정진하려는 ‘자기 현실적 에너지’
            디를 자신의 삶과 연동하는 작업을 계획 중이다. 권력형 미술을 거부하는 현       로 평가해야 한다. 한시도 쉬지 않고 그림에 대한 탐구와 끊임없는 창작에 몰
            장중심적 자기 확장성은 ‘거친 해학(Rough Humor)’을 통해 오늘의 젊은 아  입하는 작가는 어느 사이 청년을 넘어 자신만의 개성화를 이뤄내는 중이다.
            티스트를 대변하는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일상 미감의 크고 작은 이슈를 작품에 기록함으로써 구상회
                                                            화의 경계를 허물고, 이를 통해 가능성의 영역을 확장 시켜 재료와 제한된 범
            콜라주적 채집, 기록형 드로잉의 확장                            위를 넓혀가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기존 작품세계와의 연결인 동시에 영천
                                                            에서의 오늘을 재정립하는 의미로 ‘박준식의 일탈, 개성의 기록’이라고 평해
            박준식은 ‘미완성된 인체풍경(Unfinished Human-scape)’을 통해 날 것 그대  야 하지 않을까.
            로의 선적 예술을 보여준다. 드로잉 만으로 완결성을 갖기도 하지만,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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