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전시가이드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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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탕아의 고백-알렉스 드라지_2023_116.8×91.0cm_mixed media on canvas 탕아의 고백-레더페이스_2023_116.8×91.0cm_mixed media on canvas.
탕아의 계절 천 레지던시에서 기록한 작품들은 엄청나게 많은 수량을 차지하는데, 동일한
형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공통된 특성을 갖는다. 질서의 틀을 거부하면서 자
박준식 작가 유스러운 상징체계를 구축하려는 ‘거울효과와 같은 메타포(Metaphor such
as mirror effect)’를 활용한 것이다. 몇 개의 제목을 나열해보자. <비극과 참
극의 장막을 넘나들며>, <세 개의 오렌지에 관하여>, <빛에 깨어나다>, <부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유하는 페티시즘>, <taboo>, <어느 카우보이에 관하여>, <루시퍼의 부활>,
<붉게 엮인 밤의 주인>, <하얀 까마귀 사냥> 등은 언어 사이에 감춘 ‘작가의
풍자적 사회인식’을 보여준다.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에서는 15기 입주작가 릴레리 개인전으로 박준식의 '탕 “개념적 사실주의를 지향하는 나의 작품들은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없는 ‘자기
아의 계절'(11.29-12.3)이 열리고 있다. 거침없는 드로잉으로 자기 한계를 넘 개념화된 대상’들이다. 일탈 이면의 작품들은 일상과 비일상, 선과 악, 욕망과
나드는 박준식 작가는 역동적인 인체를 통해 자신의 오늘을 실험하듯 “긋는 비욕망 속에서 이분화된 허무를 표상하면서, ‘틈새 너머’의 인간상을 표출한
동시에 내가 된다”는 자기확신형 체험을 거칠게 기록하는 작가다. ‘디지털 회 다.” - 작가 인터뷰 中에서
화’가 미술의 한계를 질문하는 오늘날, 박준식의 거침없는 내러티브는 현대청
년작가가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동시에 아날로그적 표현성
의 압도가 무엇인가를 확인시켜 준다. 인간과 권력을 규정하는 다양한 계급 영천의 일상르포, 화아일체(畵我一體)
적 상황에 대한 방향은 전시장에 걸린 다양한 자전적 에세이를 통해 강렬해
서 우리 내면을 강타한다. 한번 보면 잊지 못할 강렬한 에너지들은 “삶에 대 영천 레지던시의 흔적들은 설치와 영상을 라이브드로잉(Live Drawing)으로
한 한계 없는 탐구, 자유로운 사유와 대담한 발상, 거침없는 표현들이 용인돼 연결한 ‘일상르포형’ 작업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자신과 그림이 일체화된
야 한다.”는 작가의 발언과 일체화된다. 이성보다 감정을 중시하는 미술사에 상태, 화아일체(畵我一體)의 형식을 선보인 것이다. 보고전은 상자를 쌓은 작
끊임없이 도전하며, 신표현적 에너지를 표출한 작품들은 정신 불안의 시대 속 업실의 상황을 그대로 연결한 ‘퍼포먼스형 전시’ 형태를 보여준다. A4-B4 사
에서도 초연하고 내적인 반동 그 자체를 통해 ‘자기주체의 동력(the power of 이즈의 다양한 크기들로 이루어진 <천개의 드로잉>은 일기와 에세이형 이
one's own subject)’을 드러낸다. 형상성과 묘사성에 대한 반기, 이전에 금기 미지 작업들로 이루어진 ‘퍼즐식 초대형 기록물(Puzzle Type-Extra Large
시되던 제스추어(gesture)들이 격렬한 감정 드로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영 Archives)’이다. 물감과 연필이 혼합된 초기형식을 살린 ‘기술적 드로잉’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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