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전시가이드 2021년 11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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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호생원, 115X130cm, 렌티큘러, 2021
생된 문화 모두, 계층과 빈부 등의 양극화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갈등 속에서 이기도 하다. 문인화의 발전과정이 ‘形’과 ‘神’의 관계 설정과 함께 ‘形似’와 ‘神
인간의 삶과 정신은 피폐해져 욕망만을 쫒으며 유목민처럼 표류하고 있다. 근 似’로 나아가는 ‘形神論’에서 서로의 가치에 대한 평가에서 ‘神似’를 우위에 두
정은 욕망에 매몰된 현대인의 갈등과 모순을 직시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예술 는 ‘寫意’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근정은 이번 전시에서 그 통념을
창작을 통해 만남과 공존의 가치를 담아내고자 한다. 깨고 자신만의 방식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생략을 통한 본질과
과거의 문인들이 대립과 융합의 과정을 거친 유교, 불교, 도교 등 보편성을 지 정신의 구현을 의도한 매화 그림과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다람쥐와 호랑이의
닌 진리나 사상 체계에 대해 포용성을 갖고 예술의 최고 가치를 지향한 문인 정밀한 묘사는 극과 극의 표현방식 차이를 드러내지만 작가가 추구하는 지향
화처럼 근정은 새로운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문인화의 전통이 점은 결코 다르지 않다. 청의 석도가 “닮음과 닮지 않음의 경계(似不似之間)”
구현된 매화와 함께 전통 문인화와 궤를 달리 하는 매우 사실적인 묘사의 다 의 발견이 작가 역량의 척도라고 갈파했듯이 ‘形似’와 ‘神似’, 즉 형식과 내용의
람쥐와 호랑이가 핵심 제재로 다루어진다. 동진의 고개지가 제시한 형체를 바 경계선을 깨닫는 것이 작가와 관객 모두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의
탕으로 정신을 그려내는 ‘以形寫神’과 ‘傳神寫照’의 원리를 통해 자유로운 정 삶과 교감하는 현실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看’만이 아니라 가까이서 살
신과 생기를 강조하는 종병의 ‘暢神’과 사혁의 ‘氣韻生動’의 문인화 정신을 유 펴보는 ‘察’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핵심을 ‘觀’할 수 있을 때, 그 작품은 작가
지하면서도 현대 광학기술의 효과를 살린 각도에 따라 사진 이미지가 달라지 자신의 특수성이 내포된 보편성으로 승화될 수 있으며, ‘寫生’과 ‘寫意’의 종합
는 렌티큘러 기법을 적극 활용한 작품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오랫동안 사진 을 통한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는 것이다.
과 인터넷 등 새로운 문물에 심취했던 작가의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 훌쩍 떠나는 여행이 삶의 고민 등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비움의 미학인 것처
의 열정은 이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식지 않은 채 이번 전시에서 과감한 시 럼 극과 극의 만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덕목은 다양한 갈등 속에 살아가는 현
도로 꽃을 피우고 있다. 이러한 현대 기술과 회화의 특별한 만남은 오리지널 대인들이 불교에서 말하는 업인 탐욕(貪), 분노(嗔), 어리석음(痴)을 벗어던질
작품과 함께 다수의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을 끄는 저 때 진지하게 자신을 관조할 수 있게 되고 “날로 새롭고 또 나날이 새로워지는
변 확대는 물론 미술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 (日新又日日新)” 새로운 자신과 만나 자유로운 예술의 의경을 만나는 기쁨을
토끼와 호랑이 설화나 까치호랑이 민화 그림이 연상되는 다람쥐와 호랑이 캐 누리게 될 것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여행은 시작된다는 말이 있듯이 근정
릭터의 대비와 만남은 우리의 현실적 삶 속에서 마주하는 갈등을 풍자한 극과 의 이번 전시 “극과 극의 만남”은 새로운 출발이라고 할 수 있으며, 새롭고 흥
극의 만남을 상징하는 것으로 현실의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장치 미로운 여정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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