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전시가이드 2021년 11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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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선암사, 162×112cm, WaterColor on Canvas, 2020
향하고 물아일체의 감흥을 그리고자 했던 것과 유사해 보인다.
작가는 자연 현장에서 시각적으로 경험한 감각을 일방적으로 표출하는 작업,
즉 자연 혹은 작품이라는 것을 타자적 영역에 대상화 시켜 바라보는 위치에서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김철우의 작품은 사물 외부의 시각적 현상에 집중하였
작업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작업을 넘어 작가가 자연과 일체가 되어 서로 교 던 서양의 풍경화와는 달리 동양의 산수화와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감하고 상호작용하는 것 그 자체를 예술이라는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작업화 그의 작업은 관념적이고 상상적인 문인들의 산수화나 장소를 소재로 한 단순
하고자 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 실경산수의 느낌이 아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처럼 사생하는 방법을 취
하면서도 독자적인 해석을 가하는 차별성이 있다. 작가만의 고유한 회화적 힘
예술과 일상은 그의 삶 자체이자 그가 살고 있는 자연에 대한 감각적 교감이 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여러 점을 같이 감상하다 보면 국내와
었고 물질로서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 과정에 대한 확인하는 행위였던 해외의 여러 명소를 그려내는 가운데에서도 그의 고유한 필치와 풍경을 해석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현대미술에서 흔히 노출되는 현학적 논리나 거대 하는 감각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발견 할 수 있다.
한 작품 스케일 같은 과도한 제스쳐가 없다. 다만 대자연을 몸으로 느끼고 그
의 시야 안으로 들어온 세계와 교감하였던 기록만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작가의 해석과 일관된 경향을 보게 되면 김철우의 자연에 대한 철학과
교감하는 감각방식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작가가 자신
그의 작품을 보면 그림 속에서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 살고 있는 세상의 구석 구석을 다니며 자연과 도시 속 장소들을 몸으로 느
가 그린 것은 자연과 도시의 풍경들이기에 그러한 면도 있을 것이지만 그럼에 끼고 그려내면서 대자연의 공간 속에 그 만의 방식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는
도 불구하고 인간이 부재한 그 곳에서 사람의 향취가 느껴진다. 이것은 아마도 자신의 시선을 기록하였기 때문이며, 또한 그 기록을 하는 방식에 대한 작가
그의 붓 터치와 드로잉에는 작가가 자연 가운데 찾고자 했던 때묻지 않은 순수 의 독특한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관객은 그의 작품
한 인간상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고, 그 향기가 배어 있어서인 것 같다. 그리고 을 통하여 자연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 자연 속에 살고 있고 자연과 교감하고
이러한 점은 어떤 면에서는 그의 작업이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낸 있는 인간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자연을 응시하는 한 인간의 시선으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동양의 산수화에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지 로부터 그 자연과 교감하였던 경험을 마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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