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전시가이드 2025년 01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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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가끔은
글 : 장소영 (수필가)
“쏴아아아~ 쏴아아아~” 뿐, 때 묻은 나의 후각이 마주한 것은 무취일 뿐이다.
이리저리 거친 바람의 물결을 타며 공중에선 댓잎들이 수런거린다. 바람이 그
치면 다시 잠잠해진다. 영하의 날씨여도 숲 안은 안온하고 대나무 병풍 위 하 타박타박 걷다 보니 여러 갈래의 길이 나온다. 어디로 갈까 하는데 귓가에 물
늘은 쨍하게 푸르렀다.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망설일 것도 없이 물소리가 나는 길을 선택한다. 대
숲 사이로 앙증스런 폭포가 맑은 물을 콸콸 흘려보내고 있다. 휘돌아 모이는
비집고 들어갈 틈 없이 빽빽하게 들어 차 쭉쭉 뻗은 대나무들 사이 흙길을 따 물속엔 작은 물고기가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한곳에 모여 유영을 하고 있
라 사브작 사브작 걸으며 짐짓 여유로움을 향유해 본다. 잠시 멈춰 눈을 감고 었다. 대나무 뿌리를 적신 물이라선지 투명해 깊이가 얕아 보여 손으로 훔치
대나무가 보내는 신선한 푸른 언어에 귀가 씻기고, 맑은 푸른 숨결을 따라 호 면 잡힐 것도 같다.
흡을 가다듬으니 가슴이 시원하게 열리는 것 같다. 생기 넘치는 초록 기운이
어깨를 살포시 감싸주며 기대어 쉬어가라고 곁을 내준다. 팍팍했던 몸과 마음 아예 구부리고 앉아 한참 물줄기를 완상하고 있는데 물고기를 보는 건지 물
이 첫 단추를 푼 것 마냥 헐렁해졌다. 에 비친 대나무의 그림자를 보고 있는 건지 시간이 지날수록 아리송해진다.
물길 따라 대나무 한 이파리가 뛰어내리더니 뱅뱅 맴돌다 먼저 작별 인사를
눈을 뜨니 위만 올려다보느라 미처 보지 못한 대나무 발치에 군락을 이룬 녹 하고 길을 떠난다.
차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대나무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밖에서는 모지락스럽게 광풍이 불어대어도 대숲은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단정
죽로차다. 허리를 굽히고 찻잎에 코를 대고 킁킁대 본다. 마음만 무릉을 탐할 하다. 대나무는 매화, 난초, 국화와 함께 사군자로 일컬어지며 송죽(松竹)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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