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전시가이드 2025년 01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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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기억의 소리J,160cmx452cm,Acrylic on canva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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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채료, 필선을 통한  물성의 유희는 캔버스(canvas)표면 위에 흩뿌려 지거  고, 무의식의 잔상들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의 화폭 위의 세계는
            나 스며들어 시공간을 거스르는 태고의 무형에서 잉태되는 상상의 조형미가         낯설고 기상천외한 것이 아니라 무의식 세계의 익숙한 장면들의 편린들을 펼
            탄생되는 순간의 상상의 세계를 마주하게 해 준다. 응집되어 긴장감이 고조되       쳐놓고 있다.”
            는가 하면 한편으론 한없이 긴장의 경계가 열리며 여백을 통한 한국적 공간                         -2024. 하일지. 폴 정의 그림들을 둘러보며 중 -
            의 미를 발산하여 준다. 역동적인 수묵의 일필휘지(一筆揮之)한 느낌마저 감
            동으로 감정이입이 되도록 하여준다. 이는 작가가 의도하는 대로 선과 색이        심미적 가치의 상상은 감당범주 이상의 것을 요구하기 보다는 누구나 느낄 수
            엄격히 절제되어 있으며 본질적인 채료 유동성을 이용한 자유로움이 확산되         있는 일상적인 것에 가치를 두어 그것에 감동 하고 작가와 함께 공감하는 것
            어 산만해 질 수 없이 상호 물성을 견제(牽制)해 줌으로 시각적 보편의 가치를     이다. 감상자의 상상력은 개인의 가치로 중요하며 따라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
            놓치지 않고 있는 결과이다.                                 는 모든 것을 상상하는 자유로운 것이 진정한 가치임을 내포한다. 작가는 본
                                                            인과 주변의 다른 사람의 삶과 환경 속에서 무엇을 인용 하는지에 따라서 미
            폴 정의 필선과 채료 유희의 자유로움은 감상자들로 하여금 모순된 허구를 발       적 지성이 표현된다. 작품을 통한 감상자의 판타지아 세계를 공감하기에 어려
            견 해 낼 수 있는 위험성이 다분 할 수 있으나 작가는 그러한 화면구성의 모      운 문제를 해결하는 비결은 작가가 그것을 최대한 단순화 하여 표출하여 공감
            순의 노출보다 구성적 치밀함으로 기법적인 의도의 긴밀성을 의도 하고 있         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미적 감수성을 공감하기 위한 단순함은 독창성 있는
            다. 그로 인하여 감상자는 심미적 상상의 감성으로 작품과 편안한 대화를 이       새로운 창작세계 완성의 첫 번째 조건이다. 미적 감수성의 자극을 줄 수 있는
            어 갈 수 있게 된다. 선과 색의 단순 필력과 절제된 색감의 조합은 작가가 의     상상력이 없다면 미래가 열리지 않는 메마른 디스토피아(dystopia)삶이된다.
            도하는 최소한의 시각적 가치를 이끌어 내는 수단으로 활용 되어 창작의 유        폴 정의 <신화-기억의 소리> 연작을 통한 무형의 시각적 판타지아는 우리에
            의미한 가치로 완성된다.                                   게 현실과 심미감을 통한 정신세계의 이상향(理想鄕)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
                                                            시 한 번 상상 할 수 있도록 말해준다.
            “폴 정의 예술은, 평면 회화이거나 입체 조형미술이거나 모두 신비경을 만들
            어내고 있다. 태초의 세상을 보는 듯한 그의 설치미술 작품들, 바람 소리가 들     폴 정의 창작세계는 단순 시각화가 아닌 인문의 철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
            리는 듯한 대지를 펼쳐 보이는 그림들, 오래된 프레스코 벽화 같은 그림들이       기에 태고의 서사성을 기조로 한 새로운 생명과 사상의 발견을 위한 여정으
            하나같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신비롭고 경이로운 풍경들이다. 따라서 우리        로 귀결된다.
            는 경외감을 가지고 그의 작품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그가 펼
            쳐내는 이 신비한 풍경들은 친숙한 데가 있다. 말하자면 충분한 보편성을 획       참고문헌
            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꿈의 한 자락 같기도 하      2024. 폴 정의 그림들을 둘러보며. 하일지(시인, 소설가,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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