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전시가이드 2025년 01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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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신화-기억의 소리A,145.5x97cm,Acrylic on canvas. 2024







        무형(無形)의 φαντασία(판타시아)                          현대미술 작가이다. 근작에 나타나는 <바람-기억의 소리>시리즈의 작품들은
                                                        한편의 서사를 이어 가는 듯 연작의 골격(骨格)을 중심으로 변주(變奏)되는 창
        신화-기억의 소리 Paul Jeong                            작의 기조를 가지고 있다. 폴 정의 <신화-기억의 소리>시리즈의 연작들 에서
                                                        보여 지는 심미감은 단순 시각적 이미지의 변환이 아닌 작가의 심성 깊이로
                                                        부터 스며올리는 이상향의 정신과 명상적인 상상의 세계를 경험케 해 준다.
        글 : 김재덕(미술컬럼니스트. 아트팜갤러리 관장)
                                                        “얼핏 보면 그의 그림들은 추상화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엄격한
                                                        구상화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그림이 다른 구상화 화가들의 작품들과 다른 점
        φαντασία(판타시아)는 인류만이 가질 수 있는 제3의 현실을 만들어내는 유일   이 있다면, 그는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대신, 눈을 감았을 때 들리는 소리
        한 정신세계이다. 이 판타지아가 아름다운 이유는 현실을 넘어서서 상상을 통       와 느낌과 잔상들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들리는 것
        한 공상(空想)의 새로운 세계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믿음 때문일 것이다. 상    들, 느껴지는 것들을 화폭에 담으려 한다는 점이 폴 정의 독보적인 예술 영역
        상은 현재를 극복하고 미래를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더욱 이상적       이라고 할 수 있다.”
        으로 접근한다면 개개인의 상상은 비현실성을 넘어 가까운 미래의 현실이 될                         -2024. 하일지. 폴 정의 그림들을 둘러보며 중 -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저 환상일 뿐일 수 있으나 환상은 긍
        정의 감흥으로 볼 때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창의적인 보편적 목표이며 가치이      흩뿌려져 자유로이 유희하는 채료의 유동성은 화면전체를 경직됨 없이 무한
        다. 근대에 이르러 미술의 범주를 넘어 음악의 창작세계에서 판타지(fantasy)   의 세계를 상상 할 수 있는 정신가치를 추구해 준다. 강렬한 필선으로 나타나
        악장은 감상자들의 감상의 폭을 더욱 크게 확장 시켜주는 감동으로 현실에 없       는 수많은 선들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농담을 달리하는 색들이 켜켜이 쌓아 올
        는 그 이상향의 유토피아(utopia)를 꿈꾸게 해 준다.                려지는 레이어의 결합은 단순해 보일 수 있는 화면 밀도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 제한된 색채가 율동을 하듯 화폭 위에 현란하게 펼쳐지면서 신비
        폴 정(Paul Jeong)은 시각적 심미감을 감상자의 자의적인 판타지아의 세계로   롭기 그지없는 판타지의 무형적 형상이미지를 펼쳐내고 시각된다. 폴 정의 화
        접근하도록 개개인의 미적 감수성을 허용해주는 천착(穿鑿)활동을 하고 있는        폭은 통일성의 담론으로 정화 되어 단순함 보다는 격조 높은 감동으로 전달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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