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전시가이드 2025년 01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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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y Chicago, It's always darkest before the Dawn from Resolutions 부분화, 60.9 x 101.6cm, mixed media, 2000 ©ADAGP
                                                    (우)그래도 괜찮아-08(내가 제일 뚱뚱해), 40.9 × 53.0(㎝), oil on canvas, 2018 ©ADAGP



            밝고 또 밝다. 힘들었던 시절 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녀를 토닥여주는 이야기      하여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에는 주로 사
            는 어느덧 『근원』 시리즈와 함께 그녀의 메인 작품이 되었다. 『비만 돌고래』 시   회적 화합에 대한 작품을 제작하며 그녀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었던 인간성
            리즈와 함께 하면서 그녀 역시 통통한 그 친구를 닮아가는 듯 그릴 때마다 체      의 회복과 인류애를 강조하였다.
            중이 증가하는 징크스가 생겨버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실망
            시키지 않는 “비돌이(be-doll:비만 돌고래의 이름)”를 대하다 보면, 어느새 사  결론적으로,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 작가들 가운데서도 김지희 작
            람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사라져 오히려 스스럼 없이 웃고 떠드는 그녀를 발       가의 표현방식은, 전혀 상반된 문화권에서 성장했던 주디 시카고의 작품에 나
            견하곤 한다나. 여기서, 세계적 〔ADAGP 글로벌 저작권자〕 이자 <페미니즘 아   타난 예술적 맥락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어쩌면, 김지
            트, Feminism Art>의 선구자라 불리는 주디 시카고(Judy Chicago)의 대표작  희 작가의 『그래도 괜찮아-08(내가 제일 뚱뚱해』에 등장하는 돌고래와 코끼
            인 『희망의 동이 트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2000)』라는 다소 철학적인    리를 통해서 표출되는 개성적인 ‘유머 감각’도 또다른 의미의 ‘휴머니즘’의 발
            주제의 작품에 주목해 보자. 반으로 나뉘어 왼쪽은 어둡게, 오른쪽은 화사하       현인 듯싶다. 그렇지만, 주디 시카고는 2000년대부터 주로 사회적 화합에 대
            고 밝게 표현된 작품이다. 왼쪽과 오른쪽에서 묘사된 분위기는 각각 ‘어두움       한 작품을 제작하며 그녀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었던 인간성의 회복과 인류
            과 빛’으로 묘사된 서로 대조적이다. 특히, 관자의 시선을 위로하듯이 오른쪽      애를 강조하였다. 뿐만 아니라, 주디 시카고는 작품을 통해 당시 사회의 문제
            에 등장하는 연인들은 포옹하면서 사랑을 속삭이고, 사람들은 서로 손을 잡고       점과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었고, 문제점을 제시하는
            둥글게 춤을 추면서 돌고 있다. 어른은 아이를 목마에 태우며 즐거운 시간을       것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그녀의 작품을 통해 현실을 직시
            보낸다. 돌고래와 코끼리들도 인간들과 함께 어울려 놀고 있다. 아마도, 우리      하고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에 반
            인간 모두는 오른쪽 세상을 원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세상은, 이러한 바램을      해서 김지희 작가는, 작금의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페미니즘적’ 관점만이 아닌
            잔인하게 배반하면서 전쟁과 갖은 파괴 행위들로 인해 가장 어두운 상태로 더       보다 다각적인 차원의 사회적 인식이 수반되었고, 이를 작품에 반영했음을 알
            럽혀진다. 그러나 오른쪽의 ‘이상향’을 향해 암흑의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어      수 있다. 즉 그녀는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적 방법과, 사회적 환경을 작품 속에
            느새 동이 트기 마련이다. 주디 시카고는 195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      반영했던 국내미술계의 정신, 그리고 현실을 바탕으로 미술이 사회 속에서 어
            까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로, 지속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회의       떻게 기능할 수 있는가를 탐구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김지희 작가는 미술
            식을 표현해내고자 하였다. 주디 시카고의 작품에는 서로 다른 조형적 특성에       의 사회적 역할을 보다 효과적으로 실현가능한 미술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
            도 불구하고, 일관적으로 사회의식에 대한 개념이 담겨있다는 인식에서 출발        이다. 앞으로 그녀의 작품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그녀 자신도 알 수가 없다. 왜
            한다. 1930년대 후반 출생하여 1960년대에 20대를 맞이한 주디 시카고는 미   냐하면, 단지 몇 가지 주제만 천착하기에는 남은 인생이 더 길 것으로 확신하
            국사회에서 일어났던 혼돈과 변화의 시대를 몸소 겪으며, 시대의 요구에 대한       기 때문에, 또 다른 전환점을 발견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가지 분명한 사
            자신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였다. 이는 결국 저술활동, 강연 등 다양      실은, 절대로 붓을 손에서 놓지 않으리라는 다짐이다. 아무쪼록, 김지희 작가
            한 활동으로 이어졌고, 궁극적으로는 미술가로서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회에        특유의 ‘휴먼 스토리’를 풍성하게 생성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그녀 자신이
            대한 의식을 드러내었다. 주디 시카고는 초반 작업에서 여성에 관한 문제를 주      진화하는〔ADAGP 글로벌 저작권자〕 임을 망각하지 않기 바란다. 아울러서 소
            로 다루었다. 당시 사회와 미술계에 만연해 있었던 남성중심적 분위기에 반기       수의 엘리트를 위한 예술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감상할 수 있는 ‘새
            를 들며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여성들과 함께 수공예 등 여성적 기법을 사용       로운 정신’을 글로벌 화단에 널리 보급해 주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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