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전시가이드 2025년 01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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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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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
자료는
하여 십장생의 하나로 귀하게 여겨 왔다. 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기에 ‘대쪽 같 올레길이 아니어도 나무가 번잡한 일상을 가려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나
다’란 표현으로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다. 그래선지 늘 푸른 기운으로 상쾌하 무 사이사이로 바람을 앞세우고 걷다 보면 어느새 갈등도 조바심도 뒤안길로
고 끈적이지 않는다. 물러나 있다. ‘손쉬운 삶이 어디 있겠나.’하여 넓은 가슴이 된다.
깊숙이 들어설수록 수없이 많은 대나무들이 한 곳에 발을 묻고 하늘을 이고 걸음을 멈추고 한곳에 머물러 보면 안다. 시간이 오래 머문 곳에서는 우리네
서 있다. 온전히 땅에 대한 믿음 하나로 초연하다. 촘촘한 대나무 줄기 사이로 시선도 잠시 머물다 간다는 것을. 작은 자갈과 흙, 이름 모를 벌레가, 환경도 아
용케도 햇살은 반짝이고 바람을 타고 다니며 물결이 되곤 한다. 그 물결은 대 랑곳하지 않고 피어나 맑은 얼굴로 반기는 들꽃이 그렇다.
숲을 통째로 일렁여 청량한 향기로 넘실댄다.
아무리 험한 길이어도 이전에 누군가는 지나갔을 것이고, 잠시 길을 잃어 헤맬
오르락내리락 마음 끌리는 대로 걸으며 마음에 숲을 들인다. 평소 같으면 사 지라도 어떤 길이든 세상과 통하는 길임을 안다. 단지 지름길이냐 에둘러 가는
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에게 길을 내주어야 하는 길이련만 영하의 겨 길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걷다보면 혼자가 아니다. 길도 함께 걷고 있다.
울 날씨여선지 인적도 거의 없다. 발걸음이 더 여유롭다.
얼마 전부터 묵직한 침묵에 잠겨 있는 겨울 빗장을 풀고 진초록 곧은 줄기를
가끔은 홀로 길을 나서고 싶을 때가 있다. 온전히 빈 몸으로 두 팔을 휘적휘 마주하고 싶었다. 건조하고 찬바람이 얼굴을 스쳐 얼얼하지만 푸른 기운이 그
적 흔들며 목적지 없이 하염없이 다리가 팍팍해질 때까지 걷고 싶다. 어디로 리워 무작정 나선 길이다.
가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길을 나선다고 늘 어딘가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걷는 것과는 다르게 정처 없이 가고 싶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숲에 들어오니 나를 품어 촉촉한 생기가 온몸의 세포를 깨어나
세상살이에 치일 때면 바람 소리 따라 산책을 나선다. 유명세를 탄 둘레길이나 게 한다. 갈팡질팡 어수선하고 굽이굽이 휘돌아 와야 했던 길마저 반듯이 정
리되는 것만 같다. 자꾸만 가라앉는 심신에 대나무가 보란 듯이 길동무 되어
바람에 흔들려도 쉽게 부러지지 않을 줏대를 덤으로 일러 준다.
•한맥문학 등단 /•전남일보 연재
•광주문학 편집위원(현) 지저귀는 새소리를 반주 삼아 “쏴아아아~” 여전히 바람은 대나무 우듬지에서
•광주매일신문<무등산문학백일장> 뒤척이고 햇살은 이파리 사이로 반짝이고 있다. 대나무 숲이 감싸주는 길을
23년 산문 우수상 수상
•광주매일신문 < 무등산문학백일장> 소요하다 보니 등 쪽이 촉촉해 진다. 마음도 평화가 깃든 듯 편안해졌다. 한 해
24년 종합대상 수상 를 갈무리하고 맞는 길목에 대숲에 오길 참 잘했다.
•월간 전시가이드 '쉼터'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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