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전시가이드 2025년 01월 이북용
P. 47
t 문의 0
t1004@hanmail.ne
7 (이문자 편집장)
-mail : cr
ar
10-6313-
접수마감-매월15일 E-mail :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접수마감-매월15일
E
4
7
2
영혼의 울림(The Echo of Soul), 80×80×130cm, Bronze, 2020 비상(Soaring), 80×80×160cm, Bronze, 2020
에게 말했다. 아버지,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둥지가 무너지는데 어찌 새알이
온전하겠습니까? 슬픈 이야기다.
둥지는 한강이 보이는 한남동 언덕에도 있다. 좁은 골목과 구불구불 가파른
길의 시간들은 다하고 재건축 조합이 들어섰다.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조
각가 문희는 철모르고 그곳에 깃든 작은 새이다. 높은 벽 모서리에 쓰레기 더
미가 있었고, 조금씩 그곳을 다듬어서 자신의 아름다운 둥지를 틀었다. 분명
외국어로 아주 그럴싸한 이름이 붙은 초호화 고급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다.
그녀의 둥지도 거기에 포함되어 곧 사라진다. 지난 가을 처음 갔을때, 이미 모
두 떠나고 그녀만 둥지에 남아 있었다. 새알처럼 몇 점의 조각작품이 있었지
만, 내 눈에는 그 보다 문희가 만든 둥지가 더 훌륭한 작품이었다.
그 둥지가 곧 무너진다는 것은 그냥 새알 몇 개가 깨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문 쉼(Rest), 75×40×130cm, Bronze, 2020
희는 처음 쓰레기 더미를 보고 그 너머에 있는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아
름다움을 간파했다. 한강에 비치는 강남의 불빛, 벽을 뚫고 자란 홰나무에 매
달린 나뭇닢의 4계절, 도저히 보이지 않는 공간을 이어서 만든 다락, 낡은 지 다. 새로움, 편리함, 거대함, 화려함, 유용함, 우월감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
붕 아래에 숨은 갖가지 소품들, 가끔씩 비탈길을 올라오는 작은 트럭의 숨결 다. 문희는 이 공간에 이름조차 붙이지 않았다. 그것이 못내 미안했나보다. 내
까지 그녀의 둥지를 구성하는 요인들이다. 어느 것 하나 돈을 주고 일부러 산 가 부탁을 받고 ^소巢, 둥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의 계산은
것 같지 않은 것들이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어느 것이나 오만하지 않 수학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다. 문희의 둥지에서는 깊은 호
고 어느 것이나 주눅들지도 않는다. 이 어울림은 문희가 주도한다. 흡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것이 사라지고나면 우리의 숨결은 가빠진다. 이 작
이 둥지의 시간은 늘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간신히 남은 절터, 위태롭게 걸린 은 둥지 하나가 초호화 아파트에 살 사람들에게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여 인
담벼락, 느닺없이 들어섰다가 실례했다는 표정으로 서있는 신축건물까지도 간임을 되돌아보게 할 수도 있다. 둥지가 무너지면 새알만 깨지지 않는다. 문
지금은 문희의 둥지와 이웃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러한 풍경은 모두 사라진 희가 지은 둥지를 기억속에 담아야 하는 것이 나는 슬프다.
45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