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전시가이드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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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 Flow 162.2×130.3cm, mixed media                   Flow 흐름, 72.7×60.6cm, 2020







                            작가는 주어진 사각형의 캔버스를 바다 속으로 치환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블루 색상으로 칠해진 화면은
                         그대로 바다를 지시한다. 청색과 흰색, 그리고 언어와 문자로 지시하기 어려운 색채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것은 빛으로 인해 파생된 색의 스펙트럼이다.









            그래서 작가가 재현한 이 풍경은 실재 하는 풍경이면서 동시에 작가의 상상이       가는 다양한 생각에 잠기게 한 이 장면을 의미 있는 것으로 재현하고자 했다.
            어느 정도 가미된 장면이다. 우선 작가는 자신이 보고 기억한 장면을 다시 복      캔버스 표면에 붙은 작은 오브제들은 흡사 거대한 군집으로 몰려다니는 물고
            기하고 있다. 사실 작가는 직접 물속에 들어가는 스쿠버 다이빙을 통해 잠수       기 떼를 연상시켜주고 있다. 착시를 자아내는 일종의 트릭이다. 따라서 화면
            를 한 기억, 그 경험에 기반 해서 이 같은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여   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실제 바다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환영에 빠진다. 이 환
            기에 덧붙여 환상적이랄까, 현실계를 넘어서는 고양된 분위기를 극화하고 있        영은 사실적인 재현술에 입각한다기보다 그럴듯한 장치에 기인한다. 이근화
            다. 그것은 이 특정한 장면에서 받은 모종의 메시지를 서술하고자 하는 욕망       의 작업은 이처럼 캔버스에 그려지는 회화적 작업, 그 위에 얹혀진 조각적인
            에 기인한다. 그것이 작업의 주제일 것이다.                        작업, 그러니까 오브제를 활용하는 입체적인 작업 등이 두루 얽혀서 보다 효
                                                            과적인 해저의 분위기와 자연의 이치와 생명체의 존재 방식 등을 실감나게 전
            작가는 주어진 사각형의 캔버스를 바다 속으로 치환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달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와 연출방식이 페인팅과 입체(저부조)의 긴장관
            블루 색상으로 칠해진 화면은 그대로 바다를 지시한다. 청색과 흰색, 그리고       계와 조화 속에서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배치되고 연결되느냐가 작업의 관건
            언어와 문자로 지시하기 어려운 색채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것은 빛      이 되고 있다는 인상이다.
            으로 인해 파생된 색의 스펙트럼이다. 바다의 내부는 물이라는 질료이고 그것
            은 거대하게 출렁거린다. 또한 빛에 의해 무수한 색상으로 산란하는데 그것은       무엇보다도 작가의 궁극적인 의도는 저 물고기 떼로 대변되는 생명력의 표현
            블루 안에서 미묘한 변화를 거듭한다. 그러한 색채의 변화와 물속의 여러 흐름      에 있어 보인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본성은 삶에 저촉되는 모
            을 청색을 비롯한 다기한 색상과 신체적 호흡을 동반한 붓질로 문질러내 표현       든 것에 대한 강렬한 공포를 지니고 있으며 우선적으로 자기 생명을 어떤 식
            한 후에 은색 등을 입힌 단단한 물질(오브제)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물고기의     으로든 보존하고자 한다는 데 있다. 그것은 현존하는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에
            몸체를 연상시키는 형체로 오려낸 후 캔버스 표면에 부착했다. 평면 위에서 약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작가는 깊은 바다 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들이 보여주는
            간의 높이로 올라와 붙은 이 오브제는 촉각적이고 부조에 해당한다. 표면에 실      저 싱싱한 생의 리듬, 활력적인 율동, 무서운 생명력, 본능적인 생존의 지도를
            제성을 발생시키고 회화에 조각이 개입된 형국을 만든다. 그 작은 단위들은 제      흥미롭게 관찰하고 이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것은 자연의 이치이자 모든 생명
            각기 크기/위치를 달리하고 있다. 얼핏 봐서는 규칙적이고 단일한 대오를 형       체가 공유하고 있는 속성에 대한 새삼스러운 깨달음에서 나온 소회일 수도 있
            성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무수한 변화를 보여주면서 제각기 다기한 양      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인간의 시선이 온전히 미치지 못했던 영역, 그래서 현
            상을 자아낸다. 그것은 거대한 집단 안에서 개별적인 자아들의 초상을 보는 듯      실계와 무척이나 다른 신비스러운 바다 속 공간을 가시적 세계로 끌어올리는
            도 하고 집단적인 욕망의 회로 안에서 고유한 자아의 생을 도모하려는 절박한       동시에 그 내부에 자리하고 있는 생명체들이 벌이는 현란한 생의 약동을 독특
            자리를 보는 것도 같다. 물론 그것은 보는 이의 욕망과 해석에 따른 것이다. 작    한 조형적 방법론 아래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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