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전시가이드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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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ido/No,330,337,338, 130×75cm, Textile on wood panel, 2020  Sonido/No,222, Textile on wood panel, 2020











            해 하나의 예술사조로 단조롭게 수렴되고 있다는 점도 반성적으로 사고해봐
            야 한다.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모순은 당시 모더니스트들의 치열한 자기파괴
            정신이 희석되고 과거 르네상스 시대 혹은 그 후기의 매너리즘이 그러했듯 모
            더니즘 자체가 클리셰로 굳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김성혜의 작품을 살펴본다면 그 안에서 두 가지 모더
            니즘의 알레고리를 읽어낼 수 있다.

            첫째, 결과물로서 추상화로 귀결된 듯 보이지만 사실 김성혜의 초창기 작품은
            자연을 그려낸 풍경화였다. 자연물을 캔버스에 담는 행위는 언제나 한계점에
            봉착한다. 우리가 자연을 아무리 똑같이 재현하려고 하면 할수록 어떤 뛰어난
            테크닉 혹은 테크놀러지로도 소용없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한 우문현답이 바로
            추상이다. 자연이 본질이라면 대상의 형태와 색채를 추상화할 때 보다 온전히
            그것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혼합 재료의 사용이다. 이전의 김성혜는 캔버스에 물감으로 작업하는
            전통적인 서양화 양식을 따랐었다. 하지만 이제 캔버스는 단지 작품을 고정시
            키기 위한 장치일 뿐이며, 액자의 상하좌우 구분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물어 물감을 반드시 사용할 필요도 없고 재료의 한
            계도 기법의 한계도 없다.

            미학자이자 미술사가인 타타르키비츠(Wladyslaw Tatarkiewicz)가 명명한 ‘
            대이론(Great Theory)’은 기원전 5세기부터 18세기까지 미학 사상을 일관되
            게 이끌어온 아름다움의 일정한 공식들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항하여 일어난
            취미론 그리고 그것을 극단으로 끌어낸 미적태도론의 소산으로 우리는 마음
            속에 그 어떤 울림을 주는 모든 것을 미적이라고 선언할 수 있게 되었다. 김성
            혜의 작품을 보며 이것이 어떤 대상에 대한 묘사인지, 주제가 무엇인지 찾아낼
            필요는 없다. 마음속의 소리, Sonido 그것에 귀를 기울여라.                           Sonido/No,329, 162×112cm, Textile on wood panel,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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