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2019년10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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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가공한 사물의 초상
                                                            정은아 개인전



                                                            글 : 정은아 작가노트









                                                                 2019. 10. 17 – 10. 30 아트스페이스퀄리아
                                                                        (T.02-379-4648, 평창동)












                                                            이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사물들에 대한 지속적이고 주의 깊은 관찰은 내 일
                                                            상일    뿐만 아니라 작업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근거이기도 하다. 나는 본능적
                                                            인 감각의 날   을 세워서 다채로운 사물들이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적절한 시
                                                            점을 찾아내고 관찰 하  는 것을 반복하며 즐긴다. 즐거운 일이기에 반복이 가
                                                            능하다. 각기 다른 종류의 사물들이 가진 다양한 형태미를 발견하고 기록하
                                                            는 것, 그럴 때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사물에 대한 추억이 한데 맞물려 내 작
                                                            업은 구체화된다.

                                                            도저히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물은 그 수만큼이나 다양한 형상들을 가지고 있
                                                            다. 나는 그것들을 부분적으로 자르고, 잘라둔 것들을 모으거나 뒤섞어 탑처
                                                            럼 쌓아올리기도 한다. 부분적으로 확대되고 좌우가 뒤바뀐 사물들은 본래의
                                                            모습보다 무척 과장되어 보이기도 한다. 사물이 본디 가진 자체의 성질이나
                                                            모습은 조금씩 전과 다르게 되어간다. 내 손을 거처 가공된 사물들이 탑처럼
                                                            쌓여있다. 그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물의 본질이 뒤바뀐 채 기묘하고 낯
                                                            설게 다가오기도 하는데 나는 그 순간을 정지된 화면처럼 붙잡아 두고 싶었
                                                            다. 사연을 간직한 채 묻혀 있다가 불현 듯 세상 밖으로 나와 살아 있음을 알
                                                            려주는 작은 사물들. 그것들이 모여 거대한 존재로 다가오는 순간을 마치 영
                                                            원히 기억되기 위해 남기는 일종의 초상화 형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흰 여
                                                            백이 많은 화면의 정 중앙, 그 막강한 존재의 위치에 나는 하찮은 사물들로 만
                                                            들어진 탑을 배치했다.

                                                            내게 이 사물의 탑들은 일상의 즐거움 이기도하고 때로는 고독한 나 자신을
                                                            보게 되는 찰나이기도 하다. 존재랄 것도 없이 변변치 않게 떠돌다 버려지는
                                                            사물들이 내 주변에 차고 넘친다. 그것들 안에 투영된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
                                                            도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 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탑이나 든든한 기둥과 같이
                                                            보여 지도록 사물의 크기를 변형하고 배치하고 접합해가는 과정을 통하여 미
                                                            미한 사물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존재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
                                                            것은 동시에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위안 받고자하는 노력 이라고 할 수 있
                                                            겠다. 주목받지 못하던 평범한 것에서 특별함을 찾는 과정, 문득, 갑자기 의외
                                           your beautiful face-bottles
                                                            의 생경함을 보여주는 친숙한 사물들을 나열하는 것. 그것들에 대한 기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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