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2019년10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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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절, 35×35cm, 혼합재료
기억23, 51×67cm, 혼합재료
박수억의 <현의 비상(玄-飛上)> 연작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연소적이지만 항구적이고 내면적인 자기 체험은 되풀이된다.
작품 간 격차가 존재하나 크게 보면 이 시기 또한
을 가득 품은 형상과 배경은 차분하면서 오묘한 감정을 불러온다. 독특한 묵(
보다 멀리 걷기 위한 필연의 마디로 해석할 수 있다.
墨)의 결 또한 잘 살려내고 있는데, 고된 노동력을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정도
로 일일이 점을 찍어 그린 <독도2>와, <귀향>에서 극에 달한다.
서정성을 끌어안은 고즈넉한 운치와 더불어 툭툭 치듯 단(短) 붓질을 힘 있게
사용한 특유의 묵법이 주어진 공간 속에서 안정적으로 위치하는 이 그림들은
어쩌면 섬과 바다, 길과 산의 모습을 그린 것에 불과하지만 작가가 말한 빈색,
그 다채로운 심미적 색채가 형과 함께 촉촉함으로 다가온다. 정신으로 만나 마
음으로 보고 손으로 그려낸 풍경, 미세한 떨림까지 동반하는 고요까진 아니더
라도 먹과 물이 종이에 스며들며 만들어내는 흑백 농담의 변주, 섬세한 필체와 각형, 원 등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특히 시원한 공간감과 자로
절제된 감도는 수묵조형세계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덧대기에 아쉬움이 없다. 잴 수 없는 어둠, 무언가 미완의 여운까지 품은 묵(墨)의 번짐은 “현의 다양한
해석과 질감을 농밀하게 겹쳐져 깊이 있는 색감을 나타내어 휘날리듯 뿌려서
전통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현대적인 여운을 저버리지 않는 것 또한 박수억 우주공간에 펼쳐보이게 한다.”는 작가의 주장을 대리한다. 이때의 ‘묵’은 묘사
작업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태고로부터 전승되어 온 만물을 인문학적으로 재 가 배제되었기에 주어진 영역을 넘어 사방으로 펼쳐지며 다양한 색을 짓는다.
해석함으로써 참된 도리를 깨닫고, 그 도리를 분동(分銅)으로 어디 하나 치우 더구나 별다른 기법을 사용치 않고도 자신이 담고자 하는 내적 미감을 효과적
침 없이 자연의 진리에 다가서면서, 동시에 수묵화의 현대성을 가감 없이 개 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은 여타 작품 대비 하나의 변별요소이다.
간하는 것, 한껏 사유의 공백을 열어놓되 우리 삶 속에 살아있는 정신을 자연
스럽게 녹여내고자 하는 것…, 이것이 박수억 작업의 일관된 지향점이었다. 박수억은 그동안 과학자라는 세간의 시선에서 탈피하여 지필묵의 효용성, 자
연을 모티프로 하는 작업을 이어왔고 어느 순간부터는 현실성을 배제하지
박수억의 <현의 비상(玄-飛上)> 연작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연소 않는 진경산수(眞景山水)로의 진입을 본격적으로 모색했다. 그리고 그 예술
적이지만 항구적이고 내면적인 자기 체험은 되풀이된다. 작품 간 격차가 존재 적 밑동은 언제나 수묵정신이었다. 이를 작가의 말로 대신하면 “안에서 우
하나 크게 보면 이 시기 또한 보다 멀리 걷기 위한 필연의 마디로 해석할 수 있 러나는, 어쩌면 보이지 않는 신비의 힘”이었다는 것이고, 그 수묵의 순수성
다. 눈에 보이는 사실에 대한 재현의 서술을 지양한 채, 생략된 형상 대신 원과 을 바탕으로 변화를 시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다행히도 변화는 지금도 이
삼각형, 그리고 면과 선이 들어섰다. 이를 달리 말하면 기하추상의 도래로, 과 어지고 있다.
거 세잔(Paul Cézanne)이 그러했던 것처럼 자연과 사물의 본질을 삼각형,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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