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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아래 원주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모든 상징물들을 민화기법으로 그려
                                                            내어 소개하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이른바 그는 ‘원주 아리랑’ 테마아래 원주
                                                            고유의 아름다움과 원주 지역의 상징인 꿩(기품, 지혜, 인내력, 발전), 장미(끈
                                                            기, 인내심, 지혜, 기품, 용기), 은행나무(영원한 전진, 화합과 단결), 원주의 유
                                                            적지 등을 민화기법으로 작업해 차례대로 개인전을 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런 계획의 시작으로, 그는 원주시의 시조이자 치악산 상원사 전설의 꿩〔한
                                                            젊은이가 한양에 가기위해 치악산을 넘던 중 구렁이로부터 위험에 처한 꿩을
                                                            구해주고, 그 꿩은 다시 선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으로 종(鍾)을 울려 은혜
                                                            를 갚았다는 내용〕을 제재로 의미 있는 개인전을 열 예정인 것이다. 물론 원주
                                                            에서는 이미 꿩 설화를 모티브로 한 책 발간, 뮤지컬, 축제, 음악회, 타악 퍼포
                                                            먼스와 춤, 소리, 전통 타악 연희극 등으로 펼쳐지고 있기에, 어쩌면 그의 이번
                                                            개인전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민화분야의 관점
                                                            에서 보면, 민화가 상징하는 ‘상생’을 말할 때 치악산 꿩 설화가 상징하는 보은
                                                            (報恩), 해원(解怨), 상생(相生)의 정서와 아주 잘 맞아 떨어져 탁월한 제재 선
                                                            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아가 송기성 작가에 의해 발휘된 ‘꿩 설화 시리즈’의 조형특징은, 일반적인
                                                            민화기법과는 사뭇 다른 이색적인 시각적 모양을 띠고 있어서 매우 신선하고
                                                            인상적이다. 바꿔 말해 그의 이번 개인전 작품에 발휘된 기법은 민화기법의
                                                            또 다른 방향을 개척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말하자면, 그의 모든 화폭 안에
                                                            는 한두 마리 꿩부터 여러 마리의 암수의 꿩과 새끼 꿩 등을 화려하게 등장시
                                                            켜 충분한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는 분명 그가 깊게
                                                            계획했던 것으로, 제재의 틀뿐만 아니라 민화의 조형기법의 틀까지도 깨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화면 공간구성부터 매우 파격적이
                                                            다. 조감법, 삼원법 등 시점을 아주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으며, 주인공인 꿩을
                                                            화면 곳곳에 자유롭게 배치시켜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있다. 선묘 역시 기하학
                                                            적인 선과 자유로운 곡선 그리고 반타원형 등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으며, 오
                                                            방색을 찬란하게 채색했으나 어딘지 모르게 수채화적인 멋, 소박한 멋이 느껴
                                                            지기도 한다. 이렇듯 송기성 작가는 제재뿐 아니라 공간구성, 기법, 색채 등의
            원주 아리랑! 정선지역에서는 ‘아라리’, 태백에서는 ‘아라레이’라고 불리던 것     조형기법도 일반 민화기법에서 일정정도 일탈, 민화의 폭을 한층 넓혀 놓았다.
            과는 달리 원주와 횡성지역에서는 아리랑을 ‘어리랑’으로 불리어왔다. 어떻든          이상과 같이 송기성 작가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이번 개인전을 열어 주목
            아리랑은 우리 민족에게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등의 민요로 널       받았다. 그는 원주의 무형자산인 ‘꿩 설화’를 통해 원주시의 정체성을 확립하
            리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정체성, 상징물 등과 삶의 모든 것들을    고 설화에 담긴 교훈을 널리 알리고자 하였다. 결과적으로 송기성 작가의 개
            대변하는 명칭으로도 사용되어 왔다. 이에 원주에서는 이미 ‘아리랑’ 명칭아래      인전은 그의 바람처럼 원주의 전통을 상기시키고 자긍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
            축제, 뮤지컬, 음악회, 전시회 등을 개최하여 보다 깊은 소통과 공감대를 형성     하며 민화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혀 놓은 성공적인 전시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해 나가는 기회로 삼고 있다. 송기성 작가 역시 이와 같은 취지와 관점으로 ‘원    그의 붓끝에 나온 이색적인 조형언어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처럼 티가 없어서
            주 아리랑’ 명칭을 붙여 개인전을 열게 된 것이다. 일찍이 그는 ‘원주 아리랑’    눈길을 자주 끄는 매력적인 작품들로 평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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