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전시가이드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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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권 컬럼
책거리도(1) 80×31cm 조선민화박물관 소장 책거리도(2) 80×31cm 조선민화박물관 소장 책거리도(3) 80×31cm 조선민화박물관 소장
민화를 차용, 응용한 김봉준은 불교 ‘걸개그림’에 민화적 요소를 더한 〈만상천하〉와 같은 당대성을 부각시킨 작
품으로 큰 이슈가 되었으며, 민정기의 〈한씨연대기〉와 같은 작품으로 새롭게 번안된 20세
기 후반의 민화라는 평을 받았다. 계속해서 서정태는 민화의 기법을 동시대 사건과 결합
순수 작가들.Ⅵ 시켜 눈길을 끌었는데, 그는 민화의 소재와 강렬한 채색을 재구성하면서 현대인의 실존적
고뇌를 담아냈으며 전통 채색화의 섬세하고 귀족적인 느낌을 극대화시켜 놓았다. 이희중
또한 민화의 대표적인 제재인 〈십장생도〉,〈모란도〉등을 통해 한국적 이미지나 신화적 이
야기가 전해질 수 있도록 재구성하여 크게 주목받았다.
글 : 김용권(겸재정선미술관 관장)
그 밖에도 1980년대 후반에는 민화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 김병종, 박남철, 배
성환 등이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김병종은 민화를 문인화와 결합시켜 새로운 회화적 느
앞선 글에서 오윤은 한 좌담에서 상투적 액자 미술이 아니라 생활에서 쓰임이 있는 비싸 낌을 맛볼 수 있게 하였으며, 박남철은 민화를 간결한 선묘, 선명한 색채로 신화와 접목하
지 않은 서민 회화를 지향했다고 언급하였다. 이와 같은 오윤의 생활 미술에 대한 작업 철 여 동화적이면서도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을 느끼게 하였다. 그리고 배성환은 한지에 채
학은 이후의 김봉준, 민정기, 서정태, 이희중, 김병종, 박남철, 배성환, 홍성담 등의 작가들 색, 선묘와 인장, 화면 모서리에 색동천의 콜라주 등을 통해 민화의 주술성을 조형적으로
에게 큰 영향을 미치면서 민중미술을 꽃피웠다. 이들은 물질만능주의와 서구 풍조를 멀 느끼게 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하고, 근대화 속에서 망실되었던 신명과 주술이 재배하는 세계 즉, 농촌 공동체의 만상
천하, 대동 세계를 이상향으로 갈구했으며 민중의 삶과 애환을 풀어내는 작업을 시도했 이상과 같은 작가들은 한국 전통 미술이 간직하고 있는 뛰어난 색채, 이를 민화를 비롯
다. 이른바 이들은 고답적 미학을 거부하고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하면서 민화가 가지는 한 불화, 무화 등에서 발견하고 환상적이면서도 생동감을 자아내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대중문화로서의 가치를 재인식, 전통 민화의 제재, 기법, 색채 등을 차용, 응용해가면서 새 또한 이들은 한국인이 지닌 전통적인 색채 감각을 되살리고 그 색채의 주술성을 환기시
로운 변화를 이끌어 냈다. 켜 놓았다. 그리하여 조선시대 궁중화, 민화 등 다양한 용도의 민화에 대한 연구가 확대되
고, 동아시아 시각문화의 보편성 속에 한국의 민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한층 고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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