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전시가이드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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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컬럼
(좌) 1972년 _에퀴포 크로니카_ 창립멤버 라파엘 솔베스와 마놀로 발데스(서있는 이), 파코 알베롤라 사진 ⓒADAGP (우) 마놀~
에스프리 누보
술적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항상 신선하고 도발적인 작품을 만든다.”는 평을
새로운 정신 받아왔다. 특히 벨라스케스, 루벤스, 피카소 같은 스페인 출신 거장들의 역사
적인 걸작에 영향을 받은 마놀로 발데스는 조명과 색상으로 촉감을 표현하는
대형 작품들을 주로 작업하며 강력하고 역사적인 예술 랜드마크로 세계 주요
장소에 설치돼 있다. 올해 78세로 60여년에 걸친 다양한 시각적 경험은 항상
글 : 김구현(AIAM 미술 경영연구소 대표)
새로운 작업을 통해 동시대 이미지의 시대를 초월한 것이 그의 작품의 결정적
인 요소이다. 그의 작품에서 이미지와 재료은 팝 아트와 다양한 재료의 물질
예술, 사회적, 정치적 헌신과 재창조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 사이에서 방황하
는 그의 철학이 작품에 융합되어 있고 현재는 뉴욕의 작업실에서 사랑하는 손
2006년 5월 17일자 『르 피가로』지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대서 특필되었다. 스 녀와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작업으로 계속 진화중인 아티스트다. 1964년 정
페인 현대미술의 거장 ‘마놀로 발데스: 마띠에르에 대한 예찬’이란 제목으로 치적 예술가 그룹 【에퀴포 크로니카】를 결성해 스페인의 프랑코 파시스트 정
시작된 찬사는, ‘색채의 마술사’ 마크 샤갈이 말년을 보낸 이후 잠잠하던 작은 권의 정치적 폭압, 사회적 만행에 반대하여 등장했다. 그러나 유머와 아이러
마을 생-폴-드-방스를 잠시 뒤흔들어 놓았다. 이 마을의 상징이자 랜드 마크 니를 결합해 비평하는 작품들을 스페인에 소개하며 동시대 스페인의 속성을
인 ≪매그 미술관≫에서 역사적인 초대전시회가 개최된 것이다. 왜냐하면 주 가장 뚜렷하게 재현하는 실존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스페인 현대사에서 가장
인공인 마놀로 발데스가 아직 학생이었을 당시에, 일개 관람객 신분으로 자코 어두웠던 시기인 1960-70년대에 왕성한 작품제작을 통해 화단에서 인정받
메티 및 칸딘스키 등 당대 거장들의 초대전이 개최될 적마다 ≪매그 미술관 기 시작해, 스페인을 대표하는 팝 아트 작가로 명성을 쌓아 왔다. 【에퀴포 크
≫을 방문했던 추억을 작가 스스로 되살려 참석했던 이들의 감동을 불러 일 로니카】초기에는 라파엘 솔베스와 2인조로 결성되었으나, 곧 이어 후안 안토
으켰기 때문이었다. 니 툴레도 등 총6명의 동지 작가들과 함께 활동한 ‘창작 집단’의 명칭이다. 이
른바 스페인 현대 미술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들이다. 여기
1942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태어난 마놀로 발데스는 <글로벌 현대 미술계 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이 작가그룹이 가장 활발하게 ‘사회 운동’을 펼친 기간
>를 대표하고 있는 세계적인 설치 아티스트이다. 뉴욕에 거주하며 드로잉, 회 은 스페인의 독재자인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압정이 절정에 달했던 통치 시기
화, 조소, 판화 등 다양한 혼합 매체에 통달한 작가이다. 마놀로 발데스는 렘브 와 상당히 겹친다는 점이다. 스페인과 라틴 미술 특유의 ‘정열적이고 강렬한
란트, 고야 등 미술사 속 거장의 명작들에서 영감을 구해 이를 통해 조명과 색 원색’을 미국 <팝 아트>의 형식 과 결합시킴으로써 당대의 스페인 정치상황
상이 촉감을 추상화하여 표현하는 대형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는 시각적 경험 에 대한 비판, 예술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이들이 즐겨 사용한
의 축으로서 이미지의 시대를 초월한 작품을 선보이며 평단에 “독창적이고 기 기법은 스페인 전통 미술의 패러디와 자유분방한 혼성모방 기법이나 신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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