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전시가이드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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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궁전 문양, 괘불의 솟을금
단청과 아라베스크, 양으로 육각형이나 사각형의 조각들이 겹치지 않게 빈틈없이 평면을 채우는
데 이를 수학에서는 테셀레이션(tessellation)이라 하며 타일링(tiling) 또는 쪽
테셀레이션 맞추기, 쪽매붙임이라고도 부른다.
테셀레이션이란 용어는 정사각형을 붙여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났다고 해서
'4'를 뜻하는 그리스어 '테세레스(tesseres)'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정삼각형,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정사각형, 정육각형은 테셀레이션이 가능하나, 정오각형이나 원과 같은 도형
은 빈틈이 생기거나 서로 겹치게 되어 테셀레이션이 불가능한 특징이 있다. 궁
궐이나 사찰의 단청, 거리의 보도블록, 욕실바닥의 타일, 포장지나 벽지 등 우
아라베스크(arabesque)란 '아라비아풍'을 의미하는 단어로서 이슬람 문양을 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회화에서는 네덜란드의 에셔(Escher,
말하는데 우상 숭배를 엄격히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신이나 사람, 동 M. C.1898~1972)가 테셀레이션을 이용하여 착시(錯視)를 주는 다양한 예술
물의 형상은 절대로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식물이나 문자, 기하학적인 문양 작품을 그렸는데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에서 무어인(북아프리카의 무슬림)
을 서로 결합시켜 매우 복잡하고 섬세하며 정형화된 특유의 양식을 만들게 되 들이 남긴 아라베스크 문양에서 크게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었다. 아라베스크는 대칭과 반복이 특징이며, 종교와 예술이 융합하여 만들
어낸 독특하고 환상적인 이슬람 미술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 테셀레이션을 적절하게 활용한 우리 단청의 금문은 오랜 세월동안 전해 내려
오면서 솟을금, 모닷금, 줏대금, 고리금, 물레금, 박쥐금, 거북금 등 기본이 되
우리 단청도 대칭(symmetry)과 반복(repetition), 점층(gradation)을 특징으 는 문양이 다양하게 있지만 우리 단청 화공들은 이들을 서로 융합하고 새로
로 하며 식물이나 문자, 기하학적인 문양을 결합하여 우리만의 화려하고 독 운 시도하여 또 다른 창의적인 문양을 만들어 냄으로써 화려함과 다양함이
특한 양식을 만들었다. 연꽃, 석류, 모란, 당초 등의 식물 문양과 만자문, 그리 더욱 풍부해졌다.
고 기하학적인 문양인 비단같이 화려한 금문, 부채꼴의 딱지, 무지개 같은 휘
와 실, 항아리, 광두정문양, 매화점들이 제각기 자기 자리를 잡고 서로 아름 스페인 알함브라궁전의 아라베스크 문양중에서 우리 단청의 금문과 똑같은
답게 한데 어울려서 균형과 조화를 이룬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아름 문양을 찾아 볼 수 있는데 바로 '솟을금'이다. 사람 인(人)자 모양이 솟아오른
답고 착한 심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으며 우리의 흥과 신명이 녹아 있다. 단청 듯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또 다른 유래는 120도 각도로 사슬이 엮긴 모양이
은 불교라는 종교와 융합되어 고통스런 인간세상이 아닌 우리가 진정 꿈꾸 어서 사슬금이라고 부르다가 점차 사슬이 소슬로 음운 변화를 거치면서 '소슬
는 행복이 넘치고 고통없는 이상세계, 즉 극락세계를 함축적이며 상징적으 금'이 되었다고도 한다. 이 시점에서 솟을금이냐 소슬금이냐라는 용어의 정립
로 표현한 것이다. 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단청 화공들이 새로운 금문을 더 다양하게
그 중에서 금문(錦紋)은 아라베스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기하학적인 문 만들어냈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고 이를 실용화하여 단청에서 널리 쓰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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