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2020년1월 전시가이드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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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칼럼
야곱의 사닥다리-빨강 대나무, 밧줄, 아크릴물감 가변크기 2008 야곱의 사닥다리-빨강 대나무, 밧줄, 아크릴물감 가변크기 피치갤러리 2008
오래된 성경의 이야기(창세기 28장 12-22절)를 차용하여 작업한
“야곱의 사닥다리” 주제의 달력으로 매년 송구영신의 선물이 되어 대중과 호흡해 오고 있다.
야곱의 사닥다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상식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나
에게 후기 모더니즘 속의 삶은 혼란하고 이성의 시대가 그리워지게 하는 것
사다리로 여는 소통 이 그 속에 정형화된 삶의 질서와 서로를 품어주는 사랑과 양보, 인간의 냄새
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다문화사회 속에 존재하는 진리의 다양성은 잘못을 잘못이라 인정하지 않고
글 : 김명희(설치미술가) 생각의 차이로 말해지는 그래서 편을 가르고 강성이 되어 개인적으로 무언의
표정을 짓게 하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겨울 날씨답지 않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생각하게 하는 것은 어릴 적 크 이러한 시점에서 지향하는오래된 성경의 이야기(창세기 28장 12-22절)를 차
리스마스 이브에 떡국을 먹으며 밤샘하다가 하얀 눈을 맞으며 새벽 송을 돌 용하여 작업해 오고 있는 나는 “야곱의 사닥다리” 주제의 달력으로 매년 송구
던 일이다. 영신의 선물이 되어 대중과 호흡 해 오고 있다. 한 나약한 내성적인 인간이 형
먼 곳에 있는 한 집이라도 놓칠새라 꼼꼼히 체크하며 관심으로 찾아가 세미한 제간의 우애를 등지면서까지 자기의 욕망으로 인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
음성으로 멜로디로 문을 두드리면 반가움으로 쫓아 나와 안기던 주인의 선물 는 우리의 인간의 삶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후기 모더니
보따리이다. 시간의 여운들이 이렇게 훌쩍 지나가서 AI(인공지능) 광고가 주 즘 속에 사는 인간의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궁극의 모습은 그가 자기의 극
된 상품이 되어 아이들이 인공지능을 산타클로스로 대체하고 있다는 뉴스는 한 상황 속에서 화해의 제스처를 통해 지금까지 쌓아온 바벨과 같은 탑을 모
물론, 9단 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두 버릴 버릴 각오와 함께 신에게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위해 찰나 같은 기회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어릴 적 꿈꾸어오던 동화 속 이야기가 전설처럼 느껴 를 절대 놓치지 않고 자복하여 자기의 삶이 역전되는 호기를 얻게 됨으로써
지는 것이 마치 세월의 공간을 초월하는 것 같은 마음마저 든다. 용서와 화해, 궁극의 목적이었던 모든 것을 되찾게 되는 이야기다. 포스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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