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2020년1월 전시가이드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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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70년대 작품, '이류볕을 즐기는 남녀 (우) 80년대 작품 '군상' ⓒADAGP
ADAGP 글로벌 저작권자로 등록되었다는 의미는 곧, 전 세계 조형미술 생태계에
작가 고유의 ‘개인 브랜드’를 정통 계보에 올림으로써 시장 경쟁력 및 인지도의 확장여부를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 기대 효과를 동반한다.
최근 몇 년 전부터 고암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거래가 점차 살 가 낙찰률이 100%로 뛰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아나고 있다. 2017년 경매에 올려진 고암의 작품은 모두 72점. 이 가운데 62 이 점에 대해 이옥경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고암은 독자적 작품세계
점이 팔려 낙찰률 82.6%를 기록했다. 지난해 경매에선 출품작 119점 중 100 를 개척한 뛰어난 작가"이었기에 가능했음을 강조하면서 다만 "그의 작품 값
점이 팔려 낙찰률이 84%로 뛰었다. 경매낙찰총액은 11억6000만원으로 점 이 크게 오르지 않는 것은 전반적인 한국화 작품 값이 바닥이기 때문"이라고
당 평균낙찰가는 1160만원 선에서 형성되었다. 덧붙인 적이 있다.
여기서 미국 발 ‘금융위기’가 터졌을 무렵인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결과적으로, 고암은 ‘한국적인 문화요소’를 간직한 채 서구 미술계에서 발견
고암은 생전에 많은 작품을 남긴 작가였기에 인사동 등 화랑 가에 유통되는 한 ‘문자기호’라는 공통 코드와의 화합을 통해 각별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
작품만도 판화를 포함해 1만여점에 이르렀다. 1989년 작고 이후 당시까지 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화>를 푸대접하던 국내화단의 영향을 받아 상대
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 가와 경매시장에서 특별한 가격변동 없이 호당 70 적인 불이익을 받았던 셈이다. 그러나 [ADAGP글로벌추급권자]로서의 고암
만~100만원에 거래된바 있다. 다만 『문자추상』으로 상징되는 일련의 작품들 은, ADAGP 글로벌저작권자 연합회 공식 사이트에 아들 이융세와 함께 게재
은 크기와 작품성에 따라 점당 3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예 된 등록 페이지에서 주지할 수 있듯이, 글로벌 미술시장에서는 당당하게 <
를 들면, 2007년 3월 ≪서울 옥션≫ 경매에서 60호짜리 『문자추상』이 5,000 재 판매권> 혜택을 받고 있음에 주목해 보자. 생전에 그토록 고집스럽게 우
만원에 팔려나갔다. 리 것을 고집하면서 도불한지 30년 세월 동안 불어 한마디 내뱉지 않았던 그
였다. 그러나 그렇게도 모진 정치적 고초를 겪고도 정작 조국에 대한 사랑으
그런데 미술시장의 열기가 한창이었던 2006년 국내 미술시장의 양대 미술 로 일관했던 그의 역설적인 생애에 비해, 막상 입을 닫다시피 살아야 했던 제
품 경매회사 ≪서울 옥션≫과 ≪K옥션≫에 출품된 고암의 작품 총 21점 가운 2의 조국 프랑스에서 사후 70년간 상속 및 양도를 통해 자신의 저작권을 보
데 고작 13점만이 팔림으로써 61%의 낙찰률을 기록한바 있다. 이에 반해, 오 장해 준다는 사실을 저승에서 깨닫는다면, 과연 후학들에게 어떤 교훈이 담
히려 불경기의 조짐이 예상되었던 2007년 경매에 출품된 6점이 모두 팔려나 긴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
1) 라틴어로 ‘만인을 위한’이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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