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2020년1월 전시가이드이북
P. 28
김재덕 컬럼
camel fish-bronze 67×25×66cm
디지털과 아날로그 합성의 형상미학(形像美學) 서 활자를 신호로 전달해 주는 활자채 대신 전자센서가 있기에 타자 시 힘의
차이는 의미가 없는 것 이다. 정보화 사회에 디지털화된 현대 사회에서 어느
조각가 서 동 억 덧 키캡의 이미지는 매우 친숙해진지 오래 되었다. 어찌 보면 키캡의 이미지는
현대인들에게 디지털화의 대표적 이미지로 각인이 되어 있는 지도 모르겠다.
김재덕(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조각가 서동억은 작업에 디지털미디어 시대의 상징적 이미지로 키캡의 물성
(Objet)을 작가의 의식기반으로 하고 다양한 형상을 합성하여 창작해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물들이 가지는 고유한 형상들이 보여주는 직관적인 이미
80년대 중반을 거쳐 2000년대를 살고 있는 동시대의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지와 작가가 가지고 있는 미지의 상상 속 이미지로 합성되어 새로운 물성의
없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사회, 과학의 변혁이 일어나는 과도기의 삶을 경 창작물을 통해 판타지(Fantasy)의 세계를 감상 할 수 있도록 한다. 작가가 보
험 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젊은 시절 군 생활 때만 해도 먹띠 위를 힘차게 때 여주는 판타지는 현실의 적절한 왜곡을 통해 공상, 혹은 상상할 수 있도록 하
리는 타자기로 보고서를 작성하던 때가 엊그제 같이 추억된다. 흐리게 나온 며 상상의 산물을 통한 디지털화의 담론을 제시 하고 있다.
텍스트 엔 수동으로 자리를 다시 조준하여 손 끝에 힘을 모아 한두번 더 쳐주
면 제대로 글자가 완성되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손가락 힘의 세기만큼 글씨의 조각가 서동억의 근작 중 에서‘camel fish(bronze)’는 낙타(camel)라는 동물
선명도가 좌우되었던 터라 한 번에 선명한 글씨를 완성하기 위해서 한타 한타 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기본적 곡선의 조형성에 정형화되어 있는 관념(Idea)
손가락 끝에 힘을 모아 쳤고, 활자채가 먹띠를 치는 타자기의 쇳소리가 날카 위에 규칙적이며 반복적으로 배열되는 디지털의 이미지로 키캡의 합성을 통
롭지만 타닥타닥 정겹게 들리기도 했다. 행정병으로 3년을 타자기와 함께 생 해 우리가 그동안 정서적으로 느껴왔던 낙타라는 동물의 고정사고를 넘어 다
활을 해선지 디지털화된 지금도 키캡(Keycap)위를 손가락 끝에 힘을 모아 치 른 세계를 상상 할 수 있게 한다. 플라톤의 사상에서 이데아(Idea)는 영원하고
는 습관이 배어 있음을 자주 느끼곤 한다. 키캡의 아래에는 예전의 타자기에 불변하는 사물의 본질적인 원형(原形), 형상(形像)이라고 규정 하였으며 이데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