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2020년1월 전시가이드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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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국회도서관01 36×94cm 라이트젯 프린트 2019
윤정미 작가 아가, 젠더 이슈 관련 책들을 모아서 바닥에 쌓거나 도서관의 책장 선반에 그
<핑크 & 블루 관찰> 라데이션이 나타나도록 색채별로 꽂아서 보여주고 있는데(촬영 후 원상복귀
시킴), 그 커버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원하듯 사회적으로 구분되어온 그 룰 – 젠
더를 의식하여 여전히 핑크 계열로 치장한 -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작가의 이전 시리즈에서 색채 수집의 중심에 미성년자가 있었다면, 이번 시리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즈에서는 오히려 그러한 사회적인 잣대를 역이용해 선택을 받으려는, 그 누구
보다도 젠더 이슈를 잘 이해하는 전문가 집단이 그 중심에 있다.
양성희 논설위원은 ‘성중립성의 진화’(2019.12.5. 중앙일보 오피니언. p. 24)에 이 시리즈에서 특히 눈여겨볼 점이라면 SNS를 통해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했
서 ‘펭수에게 성별을 물어보지 말라’면서, 2개의 키워드, 즉, ‘성 중립성’(gender 다는 점이다. <The Pink & Blue Project>에서는 사람들이 작품 속 수동적인
neutrality)과 ‘성 유동성’(gender fluid)을 언급하였다. 젠더 뉴트럴(gender 피사체로서 관찰의 대상으로서만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면, <Pink & Blue
neutral)하고 젠더 프리(gender free)한 남극 출신 펭수에게 성별을 따지면 꼰 Observation>에서는 작가를 개인적으로 모르더라도 작가와 함께 사회의 젠
대가 된다니, 이제 젠더는 사회적 이슈이자 사회를 보는 잣대이다. 더 이슈를 관찰하는 작가의 동지가 되어 관련된 책을 기증한다거나, 자신의 책
장에서 붉은 혹은 파란 계열의 책들을 분류하고 사진 찍어 작가에게 보내는 등
2019년 1월 컬럼에서 윤정미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였는데, 1년이 지나 2020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해졌다. 작가는 기증받은 책들을 전시장 바
년 1월 컬럼에 다시 소개하게 되었다. 이번 컬럼에서는 작가가 2005년부터 닥에 쌓거나 사람들이 보낸 사진을 인화하여 함께 전시하는 등 자신의 전시에
긴 호흡으로 작업 중이고 올해 ‘감각의 소통: 미디어 아트’ 전시(2019.10.11.- 사람들의 참여와 개입을 환영하였다.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의 동지들은 관람
11.30. 지누지움)에서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The Pink & 객이면서 또한 작가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되는 중
Blue Project>가 아닌, 개인전(2019.8.29.-10.17. 카이스트 리서치 앤 아트 갤 요 협력자로서, 또한 전시가 끝나더라도 사회 현상을 지켜보는 능동적인 관찰
러리)에서 선보인 <Pink & Blue Observation>을 소개한다. 이 시리즈에서는 자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되는 바, 젠더 이슈에 대한
사회문화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개인들, 그 중에서도 미성년자들의 제한 논의는 작가의 의도대로 보다 풍성해질 것으로 예견된다.
적 색채 선택의 결과물을 수집 형태로 보여주던 기존의 형식에서 한걸음 더 나
서울대 사회과학도서관 32×100cm, 라이트젯 프린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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