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2020년1월 전시가이드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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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부귀 미키, 75×70cm
기회가 주어지는 해로 해석한다. 쥐해에 태어난 사람은 먹을 복이 있으며 좋 로 흔히 약자와 강자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약자로서 쥐
은 운명을 타고났다고들 한다. 어둡고 음습한 곳에서 살지만 늘 부지런히 움 는 언제나 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자의 마지막 오기로서 강자에게 달
직여 먹을 것을 찾는 근면함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를 이겨내고 살아 려드는 역설도 있다.
남을 뿐 아니라 아무리 딱딱한 물건이라도 작은 앞니로 갉아 내는 끈질김은 조선 후기의 대학자 다산 정약용은 쥐를 간신과 수탈자에 비유했다.
인내의 상징으로 해석되었다. 또 많은 새끼들을 낳기에 다산과 풍요의 상징 쥐는 구멍 파서 이삭 낟알 숨겨 주고/집쥐는 집을 뒤져 모든 살림 다 훔친다/
으로도 읽혀졌다. 비록 쥐는 훔치는 행위가 지탄의 대상이 되는 반면, 그 근 백성들은 쥐 등쌀에 나날이 초췌하고/기름 마르고 피 말라 뼈마저 말랐다네
면성은 칭찬을 받아 왔다. 그래서 ‘쥐띠가 밤에 태어나면 부자로 산다.’는 말 들쥐는 백성의 곡식을 수탈하는 지방관리, 집쥐는 궁궐 내에서 국고를 탕진하
이 민간에 생긴 것이다. 는 간신배이다. 특히 인의(仁義)에 의한 덕치주의를 표방하는 유교는 국왕의
또 쥐는 늘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고 주변을 살펴 장차 다가올 재앙을 살피니 교화에 의한 왕도정치를 이상으로 한다.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미래를 예시하는 영물로 까지 대접받기도 하였다. 쥐는 예로부터 농사의 풍 한다는 ‘군군신신’(君君臣臣)이 바로 그것이다. 다산은 왕도정치가 쥐로 표상
흉과 인간의 화복뿐만 아니라 뱃길의 사고를 예시하거나 꿈으로 알려주는 영 되는 간신배에 의해 피폐화됨을 한탄하고 있다. 옛말에 ‘나라에는 도둑이 있
물로 받아 들여졌다. 지진이나 화산, 산불이 나기 전에 그것을 미리 알고 떼를 고, 집안에는 쥐가 있다.’는 말과 통한다.
지어 그곳에서 도망친다는 것이다. 선원들에게는 ‘쥐떼가 배에서 내리면 난파 십이지를 정할 때 쥐는 소의 머리에 앉았다가 마지막 골인 지점에서 뛰어 내
한다.’거나 ‘쥐가 없는 배에는 타지 않는다.’는 강한 속설이 있다. 이러한 쥐의 림으로써 일등의 영예를 안았다고 한다. 비록 작고 별 볼일 없지만 지혜롭고
예지력 때문에 해안도서 지방에서는 쥐를 신으로 모셔 제를 지내기도 한다. 영특함이 쥐를 십이지의 첫 번째로 삼은 이유일 것이다. 쥐의 부지런함과 강
민담이나 설화에 등장하는 쥐는 주로 약자, 왜소함, 도둑, 재빠름 등으로 표현 한 인내심, 그리고 순간 번뜩이는 재치와 용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예지
되고 있다. 더불어 쥐가 작거나 하찮음을 비유한 예가 많다. 쥐보다 더 큰 동 력 등은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다가오는
물과 사물을 대비시켜 왜소함과 하찮음을 더욱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쥐 새해 모든 이들에게 쥐의 부지런함이 주는 희망과 풍요의 한 해가 되기를 기
구멍, 쥐꼬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쥐와 고양이의 관계는 먹고 먹히는 천적으 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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