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전시가이드 2025년 0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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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전시
보도
도 어이없어 혀를 끌끌 차셨더랬다. 흰 눈 마냥 세월이 내려앉아 회색빛 도는
눈동자엔 옛 말씀대로 얌전한 규수로 커야 하는데, 마치 사내아이들처럼 몸을 친가 형편상 외가에서 내 돌잔치를 치렀다. 손녀를 보러 오신 친할아버지께
굴려 노는 손녀에 대한 걱정이 가득하셨다. 서 돌쟁이 손녀가 감기도 들었던 데다 날씨도 추우니 며칠 후인 당신 생일엔
오지 말라 하셨단다. 외조부모님 앞에서 하신 말씀이라 곧이들은 게 사단이었
난 음력 섣달생, 겨울 아이다. 난산이었던 어머니께서 까무룩 정신을 잃기 전 다. 생신 전날 아버지 혼자 본가에 가셨다 쫓겨나 엄마를 데리러 돌아오셨다.
내다본 바깥은 눈이 소복이 내리고 있었단다. 그래선지 몰라도 눈 내린 날이 엄마는 저녁밥도 짓다 말고 나를 업은 채 눈길을 나섰다. 펑펑 쏟아지는 눈을
좋았다. 눈이 오는 날은 러브 스토리의 snow frolic 선율이 흰 눈과 함께 블루 맞으며 차도 없는 밤길, 멀고 먼 30리를 걸어 친가에 도착하셨단다. 눈사람이
스를 부르며 나무들 위로 살포시 착지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마저 좋았다. 된 채 본가에 들어선 부모님께 돌아온 것은 할머니의 매서운 눈초리와 내다보
그런데 밝은 수채화처럼 간직한 추억이라도, 부모님의 춥디 추웠던 눈 내리는 시지도 않는 할아버지의 외면뿐이었다.
날의 서글픈 이야기가 겹쳐 지면 빛 낡은 편액이 되곤 한다.
당시 당신들이 사용하시던 방은 장시간 비어 있어 연탄불조차 피우지 않은 냉
요즘은 기온 변화로 날씨가 변덕을 부리는지라 기상청이 여름, 겨울 잴 것 없 골이었고, 누구 하나 관심이 없던 그 겨울밤엔 기록적인 대설이 내렸다. 이불
이 수시로 욕받이가 되곤 하나, 부모님께서 막 살림을 시작했을 적은 삼한사 을 몇 겹으로 깔고 두르고, 콜록대는 아이를 사이에 둔 채 젊은 부모님은 밤
온이 온전히 지켜지던 때였다. 을 새워야 했다. 파고드는 한기에 얼어붙은 몸뚱어리와 냉대로 상처받은 마음
대설은 겨울의 전령이었고, 겨울나기는 동장군과의 전쟁이었다. 난방이 부 만을 끌어안아야 했을 그 밤이 어떠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러고도 다
실하다 보니 부엌의 물 항아리가 얼고, 심지어 방안의 잉크병도 얼었다고 한 음날 생신상을 차리고 손님맞이까지 했지만, 따스한 말씀 한마디는커녕 무릎
다. 웃풍이 세 말할 때 나오는 입김마저 곧 성에가 될 정도였다는 ‘그 시절’ 이 을 꿇은 채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니…. 참으로 엄동설한 같은 시집살이였다.
야기다.
언제부턴가 눈이 조금만 내려도 심란하다. 눈이 내리면 좋다가 아니라 심란하
다면 나이가 든 것이란다. 세월이 지나며 깨닫게 된 현실 앞에서 눈 내린 풍경
•한맥문학 등단 /•전남일보 연재 은 추억과 사진에서만 형형할 뿐이다.
•광주문학 편집위원(현)
•광주매일신문<무등산문학백일장> 밝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와 내려다보니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차
23년 산문 우수상 수상
•광주매일신문 < 무등산문학백일장> 장에서 눈오리 찍기에 열중이다.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마음이 조
24년 종합대상 수상 금이라도 따땃해 지려나 싶어 창에 눈을 댄 채 바라본다.
•월간 전시가이드 '쉼터'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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