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전시가이드 2025년 0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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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THERE 2, 22×47.8cm, Mixed media, 2023
자아(ego)를 형성하는 주관적인
고 생각하며 자의식의 과정에서 기억해야 할 곳은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지만
자의식(自意識) 스쳐 지나간 존재들은 그곳에서 무한하게 남아 있을 또 하나의 시뮬라크르를
(simulacre)를 이루게 될 것을 창작의 가치로 함의를 가지는 것이다. 작가에
Simulacre의 형상 김 성 준 게 있어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모든 시간과 공간은 더더욱 특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자의식에 따르는 여타 존재의 허무함과 가치는 서로
간의 유.무관 함에 또 하나의 시뮬라크르 세계를 탄생할 수 있으니 그것을 존
글 : 김재덕(미술컬럼니스트. 아트팜갤러리 관장) 재의 이유로 하는 천착활동(穿鑿活動)을 해 나가는 일생의 창작 여정에 있다.
“어떤 특정 장소 혹은, 모든 풍경과 공간에는 지금의 존재이거나, 이전 또 다른
존재들에 의해 만들어진 흔적과 시간들, 그들만의 기억들을 분명하게 가지고
작가들에게 창작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5대 감각기관을 있을 것이며 또 다르게 생성되고 지속되어 나갈 것이다.”
통해 인식된 것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판단. 경험과 축적된 지식을 통해 선 - 2024 김성준 작업노트 중 -
입견을 갖고 생각하며 일어나는 현실 그 자체에서 발현된다. 시각적으로 그
러한 형상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개념상 또 하나의 자아(ego)를 형성하 근작 ‘THERE 2’(22×47.8cm, Mixed media, 2023)에서 보여지는 작가의 기억
는 주관적인 자의식(自意識)이 작가의 정체성을 구성케 해 준다. 물리적 개념 (記憶)은 작가가 성장과정에서 이어지는 수많은 경험과 흔적과 시간의 조형
의 우주의식이 파동적이라면 인간 본질적 자의식은 입자적이라 한다. ‘나’라 적 형상이다. 작가는 그 공간을 통해 지각했을 기억들을 형상화 하는 과정에서
고 하는 자아가 곧 입자적 의식이다. 창작표현에서의 자의식은 사고의 영역 다양한 재료의 물성을 이용한 자유로운 필선의 유희를 통해 조형의 미를 시각
을 끌어당기는 심성(mind map)의 기운생동(氣韻生動)함이다. 때문에 생각만 화하고 있다. 기하적 형태의 규칙성과 드리핑(dripping)된 듯 한 불규칙적 자
하고 실질적 창작행동을 안 하면 그 의미가 무색해 진다. 작가에게 사고(思考) 유로운 물,색의 이반된 두 표현의 언발란스를 조화롭도록 하나의 화면의 경직
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공상, 망상, 계산 따위등이 모두 자의식에서 일어는 작 을 제거해준다. 자유로운 색상과 거친 필선의 레이어(layer)를 쌓아 올리는 과
용이라 할 수 있다. 정에서 화면의 밀도는 더욱 깊어지게 된다. 유.무형 필선의 부 조화를 자연 속
의 하나로 불편함을 해소 해주는 요인은 한국적 감성의 색상과 수묵화의 공간
서양화가 김성준은 예술이 지닌 수많은 속성 중에 자의식의 표현은 매우 주관 미를 연상케 하듯 배치하는 여유로움으로 접근하여 심미감을 줌으로 감상자
적 일 수밖에 없다고 보아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특별한 기교 또는 사용하는 의 공감을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돕는다.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작업과정
재료, 대상의 물성(物性)을 이해하고 적용하여 새로운 표현 양식을 만들어 내 속에 현상학적으로는 사라져 버렸을 어떤 존재들에 대해 심성 가득한 무한한
는 것을 예술적 표현이 지닌 중요한 영역으로 창작의 담론(談論)을 제시한다. 기억으로 남아 있기를 기대하며 시간의 흐름 속에 자연스레 산화되고 흩어진
김성준작가는 살아오는 동안 경험하고 느끼게 되는 많은 양의 정보들을 주관 기억들이 장소와 그 공간으로 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심미감으로 정착하여 늘
적으로 해석하고 표현함은 작가 개개인의 특권으로 보며 그 특권이 지극히 오 가까이 동반하고자 한다. 작가 김성준은 기억이 전해주는 굴레와 고통은 손과
만하거나 보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할 수도 있어, 자아도취라던가 자 마음이 이끄는 대로 영속성을 유지하고 인정하면서 작업의 의미를 부여 하고
기만족으로 치부되는 위험성이 나타 날 수 있음을 경고 한다. 작가 자신에게 그 과정에서 천착활동이 지속되길 소망하고 있다. 작가가 의도하는 먼 기억들
만 있을 것 같은 특별한 시간과 공간은 공평하게 모든 이에게 나누어져 있다 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져 가지만 그만의 특정한 경험과 공간은 자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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