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5년 0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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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Nature’s Rhythm 2310, 90.9 x 72.7cm, mixed media on canvas, 2023 ⓒADAGP
                                                            (우)Nature’s Rhythm 2404, 162.1 x 130.3cm, mixed media on canvas, 2024 ⓒADAGP






            10일 ~ 2주정도 그것도 맑고 화창한 날에만 제 모습을 뽐내기 때문이라고. 그    소리들은 또 어찌나 생생한 리듬인지, 흥미진진한 생물도감을 펼친 듯한 감각
            외에 장미, 수국, 국화를 비롯한 자연속에는 온갖 형태의 나무들이 수시로 감      까지 세세한 파동으로 진동한다. 아마도 김경자 작가 ‘이름 값’도 조만간 그런
            성을 자극하고 유혹을 하기에 그럴 때마다 셔터를 누르지 않고는 지나갈 수가       예술가의 반열에 끼어들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해본다.
            없다고 한다. 이러한 사진 촬영을 거친 후, 파일에 저장된 꽃과 자연의 이미지
            를 그녀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컴퓨터상에서 변형 왜곡 수정을 한 결과, 최근에      결론적으로,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 작가들 가운데서도 김경자 작
            는 디지털과 접목하여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어느 날 평소에도 작업중에      가는. <클래식 음악>과 <미술>을 접목시켜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효과를 극
            음악을 즐겨 들었던 그녀는 불현듯이 악보를 이용해서 작품을 제작해보겠다         대화하면서 스스로 발견한『자연율』을 연주하는 독보적인 작가이다. 그 대표
            는 발상에 꽂혔다고 강조한다. 그녀의 작업실에서는 항상 classic음악이 흐르    적인 사례들을 들어본다. 바흐의 음악이 당대 <바로크 시대>의 미술적 흐름
            던 가운데, 2008년도부터 바탕화면에 악보와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 이미지      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으며, <르네상스> 화가들의 그림은 당대의 종교 음
            를 깔고 춤 추는듯한 부유하는 꽃한송이로 화면을 채웠다. 그 꽃은 복잡한 이      악적 영감의 배경이 되어 주었다. 두가지 예술 장르의 공통 특성이 바로, ‘재료’
            세상을 탈출하려는 인간의 욕구일수도 있다. 인간이 만든 악보의 리듬과 자연       와 ‘기법’을 사용해서 작업하는 이상,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해석 방법
            의 리듬을 접목시켜 작품감상시에 마치 음악이 흐르는 듯하게 세팅한 셈이다.       을 찾는 과정에서 ‘독창성’과 ‘상상력’이 발휘되기 마련이다.
            구체적으로 작업 과정을 살펴보자면, 바탕화면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곡 예를
            들어 베토벤의 『Romance』, 『클라리넷협주곡』, 쇼팽의 『피아노곡』, Schubert  시각적 경험과 청각적 경험이 상호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
            의 『겨울 나그네』, Schumann의 『Fantasy piece』, 『무도회의 권유』 등의 악보  져 있으며 고대부터 회자되어왔던 주제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근대 인상
            를 선정하여 clear하게 보기 좋게 arrange하여 깔아놓는다. 이렇게 바탕과 이  파> 음악의 선구자인 무소르그스키 (Modest Petrovich Mussorgsky)는 자신
            미지들을 모아서 인간이 만든 악보와 병합하여 감상자로 하여금 리듬감을 느        의 절친한 친구인 빅토르 하르트만 (Victor Hartmann)의 때 이른 죽음을 추
            껴 명상하도록 하였다. 즉 자연 자체가 가진 고유의 리듬감을 인간이 만든 실      모하며 개최한 추모 전람회에 전시된 작품 열 점에 영감을 받아 각각의 작품
            제의 음악적 요소와 연결시켜 감상자로 하여금 화면에 몰입하도록 함으로써         을 음악적 묘사로 승화시켜 열 곡의 피아노 연작인 『전람회의 그림』을 탄생시
            마치 화면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이 부각되도록 작업하는 것이다.        켰다. 굳이 부연하자면, <클래식 음악>에서 미술적 표현 요소는 주로 진보적
            세계적인 대 문호 괴테는 “꽃을 주는 것은 자연이고 그 꽃을 엮어 화환을 만드     인 성향을 지닌다. 예를 들면, 모짜르트의 덜 알려진 명곡 가운데 『라 파라디소
            는 것은 예술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자연은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다.      (천국)』에서는 마치 팔레트 위의 다양한 색채처럼 듣는 이들의 감성을 교묘하
            길고 긴 예술의 역사에는 자연을 모방하려는 예술가들의 시도가 갖가지 모양        게 흔든다. 어쩌면, 김경자 작가 역시 그녀가 바탕화면에 다양하게 깔고 있는
            으로 새겨져 있다. 음악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대중적으로는 비발디(Antonio   ‘악보’를 통해서 그려진 자연이나 꽃들이 서로 어울리면서 ‘멜로디’를 발산하
            Vivaldi)의 『사계』 가 그런 경우다. 비발디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개 계절에  는 것에 관심과 흥미를 갖고 천착하는 것이 아닐지. 일단은, 김경자 작가 특유
            서 들을 수 있을 법한 시냇물 소리, 천둥소리, 바람 소리, 개가 짖는 소리 따위   의 ‘감성적 멜로디’를 풍성하게 생성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도〔ADAGP 글로
            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같은 현악기 소리로 묘사했다. 1900년대 프랑스에    벌 저작권자〕로서 고유의 ‘브랜드 경쟁력’을 창출하는 것이 시급하다. 무엇보
            서 활동한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은 비발디보다 훨씬 더   다도 김경자 작가 자신이 주기적으로 ‘새로운 정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시
            적극적으로 자연의 소리를 대한 경우다. 그는 자연 중에서도 특히 새의 울음       각과 청각의 상호연관성을 제대로 인지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자기 진화의 계
            소리를 음악에 담고 싶어 했다. 그가 관찰한 새의 종류는 어찌나 다양한지, 그     기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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