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전시가이드 2025년 0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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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bbling-Process 3-2_stainless steel_130×100×75cm, 80×65×65cm, 77×50×42cm_2019










            걸쳐 한 땀 한 땀 용접한 것으로, 금속의 냉랭한 성질을 이겨내고 가시덤불이      쿠시(Constantin Brâncuși/루마니아/1876-1957)의 개념에 가장 가까이 다
            나 구름 같은 따뜻한 정서의 자연물을 떠올리게 한다”라고 이 작품에 대해 이      가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곰리의 작품 중 가장 비물질화된 작품이
            재걸 비평가(전시서문, 2019)는 말하면서, “‘돌의 무늬’가 아닌 ‘돌의 정맥’을 드  라는 점에서 권석만 작가의 ‘Bubbling Process’와 긴밀한 유사성을 보인다.
            러내면서 자연의 생명성과 더욱 친밀하게 공모한다”라는 표현을 통해 매체에        곰리 작품의 특징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말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입
            변화를 주고 추상성이 강화되어도 권석만 작가에게 있어 돌이 갖는 의미와 이       체가 속한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라는 두 가지를 말할
            를 통한 자연의 생명성 추구가 너무도 확고하다는 것을 작가와 작품으로 확        수 있겠다. 여기에서 특별히 곰리를 인용한 것은 이러한 두 가지가 권석만 작
            인하였으며 비평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는 암시를 남긴다. 어떤 재료로 변환       가에도 발견할 수 있는 핵심 특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되더라도 여전히 작가가 벗어날 수 없는 돌이라는 매개를 통해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인지, 그 어떤 목적의 작품이라도 돌을 통한 자연의 생명성      지금까지 권석만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재료의 물성과 기하학적 구성, 흑과
            과 여전히 깊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는 것인지, 또한 이러한 해석은 언제까       백의 대립, 비움과 채움, 영원과 찰나, 경계 등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변화 속
            지 유용할 것인지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시도하는 재        에서도 여전히 작가의 곁에 머무르며 자리를 지킨 것은 재료의 물성이 지닌
            료의 다양성을 적극 환영하며, 비단 돌에서 파생되어 확장되는 자연의 생명성       특성으로 인하여 공간을 점유하는 실제적인 덩어리인 mass였으며, 또한 어
            에 대한 논의가 아니더라도 재료로 인한 전환적 시점과 맞물려 그 어떤 이슈       떤 재료로도 에너지를 발산시키며 변환을 허용하는 작가의 신념이었다. 이는
            로든 충분히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대상으로 혹은 추상적 형태로, 기하학적 구성으로 등장하기도 하면
                                                            서 공간을 점유하며 존재해 왔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
            권석만 작가의 ‘Bubbling Process’ 시리즈는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아  로 ‘mass가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개념, 그리고 그 덩어리와 긴밀하게 연결된
            연도금 된 철 등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선의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버블       ‘삶을 관조하는 권석만 작가만의 작가적 시선’이라고 하겠다. 그 시선이 어떻
            매트릭스(bubble-matrix) 원리를 사용한 곰리(Antony Gormley/영국/1950-)  게 어디로 이동하든지 여전히 작가의 작품들은 공간을 주도하며 형상화된 에
            의 작품 중 ‘Drift’, ‘Feeling Material’, ‘Quantum Cloud’와 같은 시리즈를 연상  너지를 형질변환시키며 또 다른 존재로 다가갈 것이다. 이것이 작가의 ‘Bub-
            시킨다. 이러한 추상적인 형태는 프랙털 기하학에서 발견되는 곰리의 무작위        bling Process’ 시리즈가 내뿜는 매력이자 강점이다.
            매트릭스와 비슷한데, 곰리는 이를 두고 “물체를 빛으로 바꿀 수 있다는 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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