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전시가이드 2025년 0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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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경복궁 광화문 전경




        사신도(四神圖), 사령(四靈) 단청                             사령의 경우에도 용(龍)은 우주 만물의 질서를 다스리는 동물로서 제왕(帝王)
                                                        의 권력을 상징하였다. 그래서 왕과 관련된 말에는 용(龍)을 붙였는데 왕의 얼
                                                        굴은 용안(龍顔), 왕이 앉는 자리는 용상(龍床), 왕이 타는 수레나 가마는 용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사) 한국시각문화예술협회 부회장)          여(龍輿) 또는 용가(龍駕), 왕이 입는 옷은 용포(龍袍)라 하여 신성시하였다.
                                                        용 중에서도 중앙을 나타내는 황룡(黃龍)을 으뜸이라 하여 왕이 거처하는 건
        예로부터 사신(四神)이나 사령(四靈)은 벽화로 많이 그려졌다. 사신은 주로 고     물이나 의복, 생활용품 등에만 쓰였다. 또한 위계에 따라 발톱의 개수를 다르
        분 벽화에 그려졌고, 사령은 단청의 소재로 많이 그려졌다. 그중에서도 용(龍)     게 하여서 제왕은 발톱이 다섯 개인 오조룡(五爪龍)을, 태자나 제후는 발톱
        은 주로 궁궐이나 성곽 홍예문의 천장에 가장 많이 그려졌다.               이 네 개인 사조룡(四爪龍)을, 세손(世孫)은 발톱이 세 개인 삼조룡(三爪龍)
        사신은 동쪽의 청룡(靑龍), 서쪽의 백호(白虎), 남쪽의 주작(朱雀), 북쪽의 현   을 써서 구분하기도 했기 때문에 용을 그릴 때 오조룡은 왕실에서만 쓰였다.
        무(玄武)를 배치하고, 동서남북 사방을 지킨다고 여기는 상상 속의 동물을 말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가 가장 먼저 사신의 개념이나 형상을 표현하         봉황(鳳凰)은 상서롭고 아름다운 상상의 새로서 수컷을 봉(鳳), 암컷을 황(凰)
        기 시작하였다.                                        이라고 한다. 그 생김새는 머리 앞부분은 기러기, 뒤는 기린, 뱀의 목, 물고기의
        그 예로 무용총(舞踊塚), 쌍영총(雙楹冢), 강서대묘(江西大墓), 진파리1호분(    꼬리, 황새의 이마, 원앙새의 깃, 용의 무늬, 호랑이의 등, 제비의 턱, 닭의 부리
        眞坡里一號墳), 통구사신총(通溝四神塚) 등 고구려의 고분 벽화에서 사신도        를 가졌으며, 오색(五色)을 갖추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가 등장한다. 4∼6세기에는 사신도가 인물풍속화와 함께 그려졌으며 강서대        동방 군자의 나라에서 나와서 사해(四海)의 밖을 날아 곤륜산(崑崙山)을 지
        묘, 진파리1호분, 통구사신총 등에 그려진 후기의 사신도는 치밀한 묘사력과       나 지주(砥柱)의 물을 마시고 약수(弱水)에 깃을 씻으며 저녁에는 풍혈(風穴)
        세련된 필치로 그려져서 삼국시대의 회화를 대표하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에서 잔다고 한다. 봉황은 항상 잘 다스려지는 나라에 나타나 천하가 크게 편
        이러한 고구려의 사신도는 백제에도 영향을 미쳐 공주 송산리고분(宋山里古         안하게 된다고 믿어 천자 스스로가 성군(聖君) 임을 나타내는 데서 연유되
        墳)이나 부여 능산리고분(陵山里古墳)의 벽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었다고 한다. 그래서 천자가 거주하는 궁궐의 문에 봉황을 그려 넣게 되었
        사신도는 시대별로 조금씩 다른 양식적 특징을 보이기는 하지만 대체로 실         다고 한다.
        존하는 동물과 상상의 동물이 서로 섞인 형태로서 그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       거북은 실제로 있는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예로부터 영험하고 신령스런 동물
        은 편이다.                                          로 여겨왔다. 또한 다른 동물보다 수명이 길기 때문에 불사(不死)와 장수(長
        용의 모습은 뱀의 비늘이 난 몸에 눈은 부리부리하게 그리고, 머리에 뿔이 한      壽)의 상징으로 널리 인식되었다.
        개 혹은 두 개가 나 있는 형태로서 입에 여의주를 물고 화염(火焰)을 뿜고 있는    기린(麒麟)은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목이 긴 짐승이 아니고 사슴의 몸에 소의
        것이 일반적이다. 백호의 경우 호랑이의 특징을 살린 표정과 호피문(虎皮文)       꼬리, 말과 비슷한 발굽과 오색 찬란한 빛깔을 가진 갈기에 난 털, 이마에 긴
        으로 표현되었으며, 용맹스러운 위용을 나타냈다. 주작은 봉황과 비슷한 형상       뿔이 하나 있다고 하며,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고 하는 상상 속의 동물이다. 예
        이며, 일반적으로 한 쌍으로 그려졌다. 현무는 거북과 뱀이 서로 몸을 휘감아      로부터 재주와 능력이 뛰어난 아이를 가리켜 ‘기린아(麒麟兒)’라고 했듯이 기
        서 엉킨 모습을 하고 있다.                                 린은 신성하고 훌륭함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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