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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습니다(128쪽). 운이란 운자의 제한, 즉 압운을 뜻하고, 율은 율
격으로 음절 수의 제한을 뜻합니다(128쪽). 시인은 마땅히 운율을 공
부해야 합니다. 시의 본질은 운율이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포스
트모던 사조의 영향으로 시의 기준이 해체되어 ‘이래도 시고 저래
도 시다’라는 목청에 편승하여 족보 없는 시들이 ‘시’라고 뻔뻔하
게 행세하지만, 시의 본질이 바뀔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음절이 모여서 낱말이 되고, 낱말이 모여서 어절이 되고, 어절이
모여서 문절이 되고, 문절이 모여서 문장이 됩니다. 이것을 시의 형
태면에서 말하자면 음절이 모여서 음보가 되고, 음보가 모여서 행
이 되고, 행이 모여서 연이 되고, 연이 모여서 한 편의 시가 됩니다.
여기서 음보란 음절이 모인 것 또는 행을 이루는 단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음보 율이란 이 음보의 수에 의해서 결정되는 율격
입니다(133쪽). 운율은 시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통일성과
연속성과 동일성의 감각을 우리는 운율로부터 얻을 수 있기 때문입
니다(138쪽). 자유시와 산문시가 대세인 이 시대에 뭔 고리타분한 소
리냐고 반기를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시나 산문시라
고 운율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자유시라는 말은 본래 고전주의 시행인 12음절에서 시를 해방시
키기 위하여, 19세기 후반 프랑스 J. 라포르그 등이 사용하기 시작
했던 자유 운문 시에서 유래합니다(134쪽). 산문시란 전통적인 운율
에 의하지 않고 산문의 형식을 빌려 표현한 시를 말합니다. 19세기
프랑스에서 종래의 고전주의 운율에 반발해서 C. P. 보들레르가
<소 산문시(1869)>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135쪽). 산문시 창
작에도 운율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대부분의 산문시 창작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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