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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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디지털
혁명이라 불리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와 궁합이 맞는 문학일 수 있
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시의 두드러진 특징은 산문화의 경향
입니다. 산문시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압축미와 운율의 맛을 찾
기 어려운 시문이 시의 본질과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지에 관한 성
찰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시가 난잡하다거나 해독이 곤란하다는 것은 독자의 경험과 시 이
해 수준의 차이일 수도 있으나, 시인이 숙성되지 않은 사유를 시 속
에 집어넣으려는 과욕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시인은 시를 통하
여 자신의 사유와 인생관을 담아냅니다. 적어도 시인은 자신이 쓰
고 있는 시가 어떤 사유와 어떤 목적으로 창작되고 있는지를 명확
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다소 난해하더라도 그것이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것입니다. 그러나 ‘낯설게
하기’라는 표현을 왜곡하여, 시맥과 아무런 연결점도 없는 ‘언어 비
틀기’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상투적인 표
현의 진부함과 지루함도 큰 문제지만, 비틀어진 언어로 나열된 시
를 읽는 독자는 또 얼마나 고통스럽겠습니까?
모름지기 시인이 되려는 사람은 자신의 세계관이 어디를 향하고
있으며 그 근본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능력을 먼저 가
져야 합니다. 역사가 이긴 자의 편이라면 문학은 패배하거나 좌절
당한 자의 편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긴 경우라도 그 승리
는 많은 사람들의 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
의 피와 고통을 예술의 힘으로 치유하지 않는다면 문학의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당대의 현실을 철저히 반영시켜야 한다는
권두 실천 |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