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6 - 동북포루 수리보고서-2020.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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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공사 과정
용된 안료의 종류로 구분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1번에 두어야 하지만 여기에서는 1번, 2번에 비하여 당
주홍이나 동황과 같은 고가의 안료가 비교적 소량 사용되었다. 청화가 추가 사용되었으나 이 또한 소량
이어서 색상 하나가 추가되었다고 격이 아주 높다고 단정하기 어려웠으므로 3단계로 두었다.
중층 문루의 규모 자체가 격이 높고 여기에 다양한 안료까지 사용하였다면 그 경제적인 비용은 감당하
기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 고가의 안료 사용으로 격을 따질 것인가 아니면 사용된 물감의 양(문양의 격)
으로 따질 것인가. 그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이 든다. 색상의 종류는 다양하지 않아도 문양을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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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하게 하여 구성하는 방식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 임진왜란이 일어난 직후 복구가 된 궁궐 에서
안료 수급의 문제 때문에 붉은 색 계열을 극소로 사용하여 녹색계의 안료를 위주로 머리초를 구성하여
단청을 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단청에서는 색계열도 중요하지만 머리초의 구성방식으로 격을 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때문에 매우 규모가 작은 건물에 다양한 안료를 사용하였다고 그보다 안료의 종류가
작은 중층문루보다 높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다른 건물의 삼토단청이나 오토단청에서는 양과
수량, 건물의 중요도는 거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그에 따르도록 하였다. 이러한 구분을 좀 더 명
확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실물단청이다. 현재 단청은 좀 더 고증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재정립하여 더
나은 연구결과가 나왔으면 한다. 본고에서는 삼토단청에서 가장 화려한 예를 화홍문으로 규정하였고, 색
상은 5계열(붉은색, 황색, 녹색, 백색, 흑색)을 사용하였다.
앞서 삼토단청과 오토단청을 안료 종류와 그 양(문양의 종류)에 따라 구분해보았다. 그 결과 건물 격에
따라 사용하는 안료나 재료를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하급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송연이나 진
분, 명유조차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단계를 올릴 때마다 하나씩 추가되어 사용하였다. 우스개 소리로 게
임 레벨 같은 느낌마저 들었는데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물품이 상승 지급되는 되는 방식은 당시 건물의
위계질서를 너무나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재료를 하나하나 제한 할 정도로 정
말 엄격한 사회였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고 이러한 단청의 체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지 않
았나 생각이 든다. 역으로 건물의 중요도를 위 삼토단청과 오토단청의 단계별로 확인하여도 무방할 것
이라 보인다. 현재로서는 수원화성에서 행궁을 제외하고 방화수류정에 가장 공을 들였으며, 그 외 서장
대와 동장대, 그리고 화양루 등의 순서로 그 격이 높음을 알 수 있는데 공통적으로 별칭이 붙어있는 건
물들임을 알 수 있었다. 동북포루는 각건대라고 별칭이 붙어있는데 역시 삼토단청 중에서는 간단한 건
물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수면이 그려져 있는 등 안료를 제한한 건물에 속하면서도 건물자체가 가지고
있는 각별함이 있다 하겠다. 그 이유는 추정컨대 가장 격이 높다고 생각되는 방화수류정을 굽어볼 수
있는 고지에 위치하고 화성주변이 한눈에 보이는 군사적 요지인 만큼 다른 포루에 비하여 중요도가 낮
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의궤에 단청에 대한 기록은 안료와 소요된 가격, 화공과 가칠공의 공임이 같이 기록되어있으며, 다른 기
록에서는 그 건물이 어떤 단청인지 (삼토단청, 오토단청) 기록하였다. 그 기록이 따로 없는 경우 사용한
안료를 다른 건물과 비교하여 표에 기입하였으며, 대략적인 단청의 종류가 확인되었다. 남수문의 경우는
단색(번주홍)을 이용하여 수문을 붉은 가칠로 하였는데 따로 어떤 단청을 하였다고 명하지 않았다. 단
두 가지의 구분만 두었다면 삼토단청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동북포루는 삼토단청에 화공의 공임이 2냥 5전 2푼, 가칠장이 공임품이 7냥 5전 2푼이 소요되었다.
위에서 건물별 삼토단청과 오토단청에 사용된 안료를 비교하여 수원화성의 건축물들의 단청의 위계정립
7) 창경궁 명정전의 단청의 사례로 주 머리초를 녹색계열로 그렸기 때문에 이를 청록단청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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