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2023서울고 기념문집fo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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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앉아서 족발이나 뜯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관성의 법칙은 돌아서기 시작
                   한 몸을 그대로 진행시켜, 나를 뒷자리의 일행들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들었다.
                     테이블 세 개 정도를 붙여놓고 가운데 카리스마 넘쳐 보이는 한 분과 주변에

                   그분의 수하(手下)로 보이는 패거리들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구
                   도로 앉아 있었다.


                     진즉에 알아봤어야 했다.
                     '헉~깡패다!'

                     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자력에 끌리는 고철 덩어리처럼 나도 모르게 그 모
                   임의 가운데 이끌려갔다.
                     양손을 양복 허벅지에 슬슬 문지르면서, 상체는 앞으로 15°정도 기울인 체...
                     오뉴월 한낮에 축 늘어진 쇠불알 모양, 모가지에 매달린 넥타이가 덜렁거렸다.

                     그리고는 아주 비굴한 모드로...
                     "선생님! 서울고 35회입니다."
                     모세의 기적처럼 깡패 선생님 주변의 수하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나는 양복바
                   지에 문지르던 손을 앞으로 내밀어 선생님께서 청하신 악수를 하였다.

                     "음! 그래! 열심히 잘 살고 계시지?"
                     "네! 아주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래! 나중에 한 번 만나요!"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내 자리로 돌아와 경멸의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식구들 앞에, 나는 죄인인양
                   족발 접시에 머리를 처박고 배신자의 살을 씹듯이 족발만 뜯었다.


                     깡패 선생님은 나의 페북 친구다.

                     아직도 후배들이나 제자들에게 먼저 페친 신청과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 주
                   신다. 얼마 전에 페북에 선생님의 최근 사진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많이 연로
                   해지시고, 눈매가 선(善)하게 변하셔서 예전보다 한결 인자해 보이셨다.



                     깡패 선생님! 오래오래 건강하십시오!




                                                                  115 _ 4060 우리들의 3色5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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