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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수종사 나한을 만난 것이다. 부처님이 나한을 통해 세조를 불러 마음을
관리하는 위로를 준 것이다. 세조는 이에 수종사라는 이름을 내리고, 은행나무를
기부한다. 은행나무는 불교에서 학문과 배움을 상징한다. 세조는 부처로부터 마
음의 병을 치료 받고, 숭유억불 정책으로 배척당하던 불교에게 화해의 손을 내민
것이다.
수종사는 마음의 치료, 용서, 화해가 필요한 중생들에게 실마리를 제공하는
평화의 장소임에 틀림없다. 이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자기를 버리고 한강으로 하
나가 되는 두물머리의 철학을 닮은 것이 아닐까.
드디어 내가 해설사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이
야기를 전달하기도 부족한데 개인의 상상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
다. 그래, 적어도 수종사에서는 해설사가 필요치 않을 것 같다. 각자가 보고 느끼
며 조용히 빠져드는 시간이다.
136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