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2023서울고 기념문집fo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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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즈음에 다시 돌아오거나, 유튜브를 보다가 광고가 나오면 ‘광고건너뛰기’ 버
튼에 재빨리 손이 간다. 또한 인터넷 포탈 이메일 계정을 열었다가 수북이 쌓여
있는 광고성 이메일을 확인하고는 짜증이나 수신 거부나 차단 옵션을 설정하기
도 한다.
평생 광고를 업(業)으로 삼고 있는 나도 그럴지 언대 보통 사람들이야 오죽하
랴! 그럼에도 아이러니하게 광고는 공기나 산소처럼 우리 삶의 장면 장면마다
슬그머니 스며들어 광고를 회피하려는 우리의 시도를 수포로 만들기 일수다. 피
하면 어느새 다시 나타나고, 숨으면 귀신같이 새로운 수단을 통해 다시 등장한
다. 마치 광고는 우리가 어릴 적 즐기던 숨바꼭질 놀이와 같다. 꼭꼭 숨어도 술래
가 결국 우리를 찾아냈듯이, 꼭꼭 숨은 소비자들을 기가막히게 찾아내어선 광고
를 들이댄다.
일반 소비자들이 잘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대략 일 년 전부터 지상파
TV 3사(SBS, KBS, MBC)에 '중간광고'라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전에는
내가 즐겨보던 연속극 드라마가 일단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광고 없이 그 프로
그램의 시청이 가능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드라마 중간 중간에 광고가 등장
하기 시작했다. 특히 프로그램의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는 여지없이 광고가 등장
한다.
이전처럼 다른 채널로 옮겨가기도 마땅치 않다. 아차, 하다가는 클라이맥스
장면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중간 광고'란 이러한 우리의 심리를 노려 광
고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물론 광고의 효과
성이나 효율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광고인의 입장에서 중간광고는 희
소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중간광고는 광고 시청을 강제함으로써 광고를 회피
할 수 있는 우리의 ‘시청자 주권’을 침해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또한 구매 가능성이 높은 숨어 있는 소비자를 찾아내려는 술래(광고인)들의
시도는 IT 기술의 발전을 통해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에 급
성장해 온 인터넷이나 모바일 광고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141 _ 4060 우리들의 3色5感